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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냉정과 열정 사이 2010.07.25

냉정과 열정 사이

from soul vibration 2010. 7. 25. 12:20
 


















제대로 읽은 적이 없는데 읽은 척을 해온 책 중 하나인 이 책... 드디어 읽었다.

한국에서 일본현대소설의 붐을 시작한 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가 중학교 후반정도에 있을 무렵
이 책의 존재, 조금 더 정확히는 이 제목의 영화의 존재가 끼친 영향력은 대단했던 것 같다.
마침 또 그때가 대형서점에서 공공연하게 일본 원서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했고.

츠지 히토나리의 책은 냉정과 열정 사이의 정신을 이어받는 듯 했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먼저 접했었고,
한/일 2,30대 여성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는 에쿠니 카오리 책은 
이상하게도 최근이 되기까지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근데 이 작가는 원래 외국 생활 경험이 많은가? 내가 읽은 것 마다 이민자 이야기..)

한 사람의 지극히 내면적인 관점에서 쓰여져서 그랬던 것도 있겠지만
불필요하게 꾸며진 표현 말고 정말 간결한 말들로 쓰여진 글들이 
참 감정이입을 하기 쉽게 만든 것 같다.

특히 짧은, 혹은 조금은 긴 숨을 내뱉듯이 쓰인 아오이의 이야기는
지금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아려질 정도...
상상을 가능케 할 정도의 자세한 묘사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쥐어 짜 상상하지 않아도 그 상황과 tone을 그려낼 수 있었다  라고나 할까.

과거를 가둬놓은 채, 안정적이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위태로운 현재를 살아가던 아오이.
그녀에게는 전형적 외강내유의 냄새가 풍겼다.
그녀의 냉정함은, 그 속에 탑재되어있는 너무나도 큰 열정을 숨기기 위한 카모플라쥬였달까.

반대로, 과거를 그토록 열심히 기억하면서도 미래를 열심히 그리던 쥰세이.
과거를 그가 살아가는 삶과 맞이할 미래에서 재생하려는 그의 본능은 
그의 직업과도 분명 연관되어있었겠지.

문득 보면 쥰세이가 훨씬 더 열정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 남자 특유의 냉정함에 상처를 입은 아오이의 마음이 너무 적나라하게 전달된걸 보면
어쩔 수 없이 나도 여자인 것 같다는 생각이...ㅎㅎ

영화의 영향이 역시나 크겠지만.. 가장 예상 외였던 것 은 둘의 재회가 너무 막판에 나왔다는 것.
오죽하면 이러다 둘이 만나지 않고 책이 끝나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했을 정도;;
그렇지만 역시나 반가웠던 건, 이 두명이 살아온 삶의 대한 아주 디테일한 이야기.
냉정과 열정 사이를 보며 나를 가장 불편하게 했던 건 내동댕이치여진 두 조연의 존재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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