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나서'에 해당되는 글 1건

  1. 천년동안 2011.04.11

천년동안

from very moment 2011. 4. 11. 09:24



한 천 년 버틸 집을 지으려면 한 천 년 사는 나무를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은 천 년을 살지 못해도 집은 천 년을 살아야 한다며, 목수들은 천 년 살 나무로 천 년 살 집을 짓는다고 한다. 천 년 살 나무를 자를 때는 나무의 휘어짐을 따른다고 한다. 휘어짐을 무시하고 직선으로 자르면 나무는 천 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다고 한다. 누군가를 천 년 동안 사랑하려면 거의 휘어짐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가 그 사랑 안에서 살아 숨쉴 수 있도록 그의 굴곡을, 그의 비뚤어짐을, 그의 편협함을, 그의 사소한 상처와 분노와 아픔을 이해해야 한다.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어떤 방향을 향해 휘어졌는가. 나의 휘어짐을 당신은 받아들일 수 있는가. 우리의 휘어짐은 서로를 내치는가, 아니면 받쳐주는가. 우리는 사랑을 지을 수 있는가. 천 년 동안 지속될 사랑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당신과 나는.

19 AUGUST 천년동안
황경신 <생각이 나서> 
 

'very moment'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르토벨로의 마녀 中  (0) 2011.05.03
2011. 5. 1.  (0) 2011.05.03
So must all hearts be broken?  (0) 2011.02.18
Day & Night  (0) 2010.07.18
sanagi  (0) 2010.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