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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997 가을. 도벽. rejection. 주실 만 한 것을 계산. 2 2014.04.03

초등학교 3학년 무렵, 나는 한 동안 도벽이 있었다. 처음 시작은 친구 지우개였던가. 그 이후 문방구에 있는 색칠놀이 책, 미술 용품 등으로 뻗어나갔다. 부모님께서 늘 사주실 만 하던 물건들이었는데..


근데 그것이 어느날 터졌다. 아빠랑 같이 백화점 나들이에 가던 날, 어린이용 물로 지워지는 메니큐어를 보고는 너무 갖고싶어진 것이다. 그러나 내 안에 나같은 어린 아이는 이런 어른스러운 물건은 가지면 안돼 (지금 생각해보면 아동용인데..-_-;;) 라는 생각과, 우리 아빠는 이런 물건은 사주시지 않는 분이니 애초에 사달란 말을 끄내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섞여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마음 한켠에서는, 사달라고 했다가 안된다는 말을 듣는게 너무 무서웠던 것 같다. 우리 부모님이 딱히 아주 많이 엄하신 분들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도, 부모님이 사주실 것 같은 물건만 사달라고 하는 경향이 나는 있었다. 


여튼 그렇게 두 병인가를 슬쩍하고, 내가 들고있던 가방에 넣고, 이 가방을 아빠에게 맡기지 않겠다라며 부자연스럽게 행동 한 덕에 나의 만행은 뽀록이 나버렸다. 백화점에 다시 끌고가 내가 훔친 메니큐어를 결재하고 하염없이 우는 날 끌고 집에 도착했다.


아빠는 내가 보는 앞에서 그 병에 들어있던 내용물을 쓰레기통에 쏟아내시며 뭐라 하셨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비록 아빠가 돈을 내고 사온 물건이지만 너는 이걸 가질 자격이 없어" 스러운 멘트였으리라. 그렇게 나는 내 기억에는 거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체벌을 받았다. 긴 자로 손바닥 열 대 인가 스무 대 맞기.


그렇게 나는 지난 내 만행마저 불게 되고, 이 소식을 들은 우리 엄마도 엄청나게 우셨던 것 같다. 


1997년 11월로 기억하는 그 날. 나는 십계명을 어겼으니 지옥에 가겠구나 라는 생각과, 올 해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을 받지 못하겠구나 라는 좌절감으로 겨울을 맞이했다. 물론 다시는 남의 물건을 다시는 다시는 훔치지 않겠다 다짐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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