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3을 동경에서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살던 동네는 마포구 대흥동. 전화기는 안 방에 하나 거실에 하나가 설치되어 있었고 동시에 수화기를 들으면 대화를 엿들을 수 있는 (물론 수화기 넘어 인기적? 전자파 소리로 인해 완전 범죄는 불가능했겠지만) 장치가 가능하던 시절 이야기.
메모지에 적혀있는 번호로 일본에 국제전화를 걸었다. 오랜만에 아빠랑 통화하기 위해서. 연결음 끝에 전화를 받은 건 어떤 한국말을 하는 여자였다.
나 "여보세요... 혹시 거기 일본 아닌가요?"
여자 "여기 하와인데요..."
뭐 이런 짧은 대화를 나누고는 잘못 걸었다며 사과하고 끊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시금 메모지에 적힌 번호로 조심히 국제전화를 걸으니 드디어 연결된 아빠. 아빠하고의 통화가 끝난 후 당시 함께 살고있던 외할머니께 나는 이런 식으로 말했던 것 같다.
"처음에 전화를 잘못 걸었는데 세상에 하와이에 사는 한국 사람이 받았다? 너무 신기해 어떻게 또 우연히 한국사람이 또 받았을까?"
그 천진난만한 어린애의 말을 할머니는 어떻게 들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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