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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ieu 2011

from survival diary 2012. 1. 18. 21:20



2012년이 시작된지 20일이 다 되어가는데 이제서야 2011년 정리를 하려는 이유는, 말 그대로 이제와서야 마음의 여유를 조금 되찾아 지난 한 해를 새삼 뒤돌아보는 여유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연말연시에 연이은 출타/휴가/방한 스케줄로 인하여 나 자신을 돌아보기는 커녕 사고(思考)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환경 속에서 보냈다. 그래서 이제서야 조금 숨 돌리며 뒤늦게 끄적끄적.


1.
나를 병들게 만들 정도로 아프게 했던 응어리 하나를 벗어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어마어마했다. 20대 인생에 파란만장하지 않고 풍파없는 해가 어디있겠냐만은 이렇게까지 지독하게 앓은 건 또 오랜만 아니었나 싶다. 사실 이 감정적+정신적+관계적 downfall은 큰 그림으로 보자면 2010년 후반기부터 시작됐던 것이기도 한데, 이 갈등에 종지부(일지 쉼표일지 세미콜린이 될지는 모르겠으나)를 그나마도 찍을 수 있게 된 해 였다. 하나님께서는 이 갈등으로 인하여 나 자신을 뒤돌아보아 뒤엎는 과정을 겪게 하셨고, 성장을 사모하게 하셨고, 그 과정 속에서 나는 '나'라는 존재를 한층 더 잘 알고, 조금은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나르시즘 아니면 자기혐오밖에 할 줄 모르던 내가 아주 조금씩 거짓자아를 걷어내어 참 내 모습을 발견해나가는 계기가 되어준 것 같다.

특히 신앙/사랑/죄 라는 키워드들을 관계라는 측면에서 묵상하게 되었고 그 결과, 어쩔 수 없이 그 은혜 앞에 두손 들고 무릎 꿇는 경험을 다시 하기도 했다. 거저먹는 데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결론과 함께. 이런 결론에 도달하는데에는 내 옆을 지켜준 (의도적이든 아니든ㅋㅋ) 공동체와 몇몇 사람의 힘이 가히 절대적이었다. 슼코스타와 유코는 말할 것도 없고. 나를 온전히 받아주(려고하)는 존재를 만난다는 것이 이리도 큰 치유를 가져다주는 것이었구나 라는 걸 몸소 경험할 수 있었던 해.


2.
미국내 체류 신분이 바뀌었다. 처음으로 학생이라는 옷을 벗어던지고 학교라는 울타리가 보호해주던 내 신분이 회사 보호 아래 들어가게 되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일이 진행되어준 덕에 자꾸만 appreciation을 망각하게 되곤 하지만. 여하튼 아직은 이곳에 남아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나보다 하는 생각^^ 거기에 덧붙여 입사한지 만 1년이 지나고 2년차가 되가니 확실히 여유가 생기긴 했나보다. 나 치고는 꽤 많이 돌아다녔던 것 같다. 그중 으뜸은 나의 로망과 환상과 염원의 도시였던 Boston과 San Francisco에 갈 수 있던  것! 여행 목적도 체류 시간도 뭐 하나 공통된 건 없었지만, 기필코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돌아가리라 다짐하게 만들어주었다. 사실 그 도시의 인상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좌우되기 마련 아니던가? 그렇게 치면 "놀러" 다녀온 곳 중에 좋아하지 않는 도시따윈 내게 없을지도ㅋㅋ 


3.
위의 두 가지를 쓰고 나니 갑자기 할 말이 사라졌다. 올해 다녀온 공연들이라도 나열할까?ㅋㅋㅋ 역시나 문화생활에 많은 투자를 한 해였다. 물론 싸게 잘 다녀온 횟수도 꽤 되지만. 예상치도 못했던 공연이 기대 이상으로 좋기도 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11 부터는 클래식 공연을 다니는 횟수를 더해가기로 했고 조금씩이라도 나의 막귀가 발전하기를 소망하는 바 이다. 문화 생활이라는 부분에서는 엄청난 기회주의자가 되버리는 바람에, "이걸 놓치면 안돼!!!" 정신이 발동되어 고액의 돈도 막 쓰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게 바로 고쳐질 것 같진 않으니 그 값에 걸맞는 여러 행사들을 많이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 :)


4.
결론을 짓자면 2011년은 나의 해 였다. 나를 위한 해. 나에게 투자를 많이 한 해. 그 어느때보다도 나에게 집중을 많이 한 해. 언제는 아니었냐 라는 태클이 들어오면 할 말은 없지만 적어도 내 안에선 그랬다. 보아하니까 2011년의 New Year's Resolution이 "생명, 자유, 기쁨" 이었다는데... 역시나(?) 똑똑하게도(?), 저런 추상적인 목표(?)를 세운 덕에 딱히 큰 성취도 큰 실망도 없다. 그러나 굳이 내가 처음 의도한 뜻에 근거하여 성적을 먹이자면 기쁨, 자유, 생명 순으로 점수를 주고싶다. 그나마도 2011년이 저물어 갈 때즈음에나 턱걸이 pass를 줄 수 있게 되었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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