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코스타에 참석한 2009년, 나는 엄청난 문화충격을 받았다. 주관적 기준으로 자기 인생이 힘들지 않다 하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인디컨퍼런스에 참여한 과반수 이상의 이민자들의 삶이 내게는 지나치게 충격적이였던 것이다. 엘리트 출신이 난무하는 KBS와 유학생 출신 인구가 높은 교회에 참석하던 내게는 이민 온 1.5세들의 고충이 새롭고 낯설기만 했다. 재정적인 상황과 공부를 하는 여건만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나는 인생을 너무 편히 살아온 편에 속했기 때문이다. 내 딴에는 우리 학교에서는 내가 가난한 측에 속해서 기죽지 않고 살아남으려 바둥되며 허세부리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렇게 첫 코스타는 나의 시야를 확 터주는 역할을 했다. 그렇지만 2009년 그리고 2010년에 이어 코스타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이 내게 준 인상은 그 어려운 환경 가운데에서도 하나님을 붙잡는 그들의 대견함이였다. 광야에 내던져졌기때문에 붙잡을 것이 주밖에 없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힘든 상황 가운데 하나님을 만나고 그 안에서 성장해왔다는 친구들과 동생들이 너무, 너무나도 대견하고 사랑스러웠다.

최근에 그 두번의 코스타를 통해 가장 많이 친해진 두 자매 (동생)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근데 오랜만에 그들을 만나 내가 받은 인상은 사뭇 달라져있었다. 대견함은 여전히 바닥에 깔려있지만 새로 내가 느낀 것은 "아.. 예수를 진짜로 믿는다는 우리들도 아직은 응어리와 상처가 많이 남아있구나. 치유와 회복.. 성화의 과정은 정말 평생 끝나질 않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아마 이런 생각이 든 건 최근에 내 자신을 두고 저런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이였을거다. 

지난 가을 학기부터 KBS에서는 로마서를 묵상했다. 그리고 지난 주에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었는데 (olleh!) 로마서를 묵상하면서 내 생애 이토록 자주 그리고 깊이 나 자신을 죄인이라 고백한 적이 없었다.  그건 말씀에 비춰진 부분도 있을테고 지난 학기부터 유독 환경적으로 사람과 부대끼는 시간이 극적으로 늘어버렸기도 하고. 여튼 내가 실제로 감지해왔던 것 이상으로 나란 인간은 이리도 모나다는 걸 깨닫는 건 참.... 어찌 표형할 것도 없이 힘들었다. 

그리고 그 여파로 요즘은 더 힘들다. 지난 시간이 나의 죄인됨을 인정하는 시간이었다면 지금은 그 죄인된 내 모습을 갈아엎는 과정을 겪고있는 것 만 같아서. 요즘 새삼 회심이란 단어를 묵상하게 되기도 하고... 다시 새롭게 예수를 만나는 것 같은 설렘도 있고 그렇다.

여튼 요점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예수를 만나면 만날수록 직면하게 되는 굳은 살이 더 두꺼워지는 것 같다. 내가 발견하는 나의 죄는 횟수를 거듭할 수록 그 더러움이 더한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우리가 한층 더 깊은 내면의 문제를 접하게 되니깐 그런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지도 못한 쌩뚱맞은 곳에서 용서의 대상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그것이 나 자신일때도 있는데 그럴땐 어떻게 해야할지 참 당황하게 되곤 한다), 내가 본의 아니게 준 상처들이 수면 위에 떠오르기도 하고. 나날이 더 subtle 한 단계를 직면하게 된달까. 

어릴 적 인간의 무의식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생긴 이후, 심리학을 향한 관심이 참 많이 생겼었는데 과학적 접근은 아니지만.. 예수를 만나고 성경을 보니깐 나는 어느새 신학자, 사회학자, 철학자, 사상가, 그리고 이젠 심리학자가 되어간다. ㅋ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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