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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 2010.05.03

from hur cosmos 2010. 5. 3. 10:48

나는 사실 글 쓰는 것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대화하는 상대에 따라 그 표현과 강도를 바꾸기는 하겠다만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과제와 논문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과는
그닥 상관이 없다. 아니 사실 전혀 무관하다고 해도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는 학구적인 것하고는 멀고도 먼
자기만족이라는 이유에 90% 이상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10% 이하는 과시욕이다, to be honest...ㅎㅎ

조금 더 파고들어보자면 나는 표면상에 들어나는 사실들에 대해 쓰는 건 관심 없다.
즉 역사속에서 수없이 반복된 사건들을 바탕으로 세운 "공식"과 "이론"이라는
렌즈로 사물을 바라보아 재해석하고, 새로운 추측으로까지 이어나가는 짓....
에는 그닥 관심이 없다.

다른 분야에서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공부한 정치 분야에서 요구하는 글 쓰기는 그런 형식을 띄운다.

내가 가장 글을 쓰고싶어지는 순간을 두가지로 나눈다면 그것은
1. 무언가를 감상한 직 후
2. 어느 고조된 감정을 느낀 직후 이다.
다른 말로 말해 감상문과 일기 라고 할 수도 있겠다.

보면 나는 사람 속에서 배회하는 추상적인 개념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형체 없는 것들을 형용해내는데서 묘한 쾌감을 느끼곤 한다.

(그런 맥락에서 내가 인도하는 성경공부는 내게 오락과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것 같다.
말씀이란 logos를 우리가 알아먹을 수 있는 언어라는 도구로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과하고 워낙에 추상적인지라, 그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형체없는 것을 만지려는 우리의 발버둥이 필수적이다. 
내가 그렇게 묵상하고 삶으로 경험하려는 말씀을 재-형용하는 건 매우 어렵지만 재미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오락이라 표현했다고 해서 결코 그것을 주 목적으로 두어 하는 것은 아니다. 네버)

하지만 그러기 위한 표현력과 어휘력이 턱없이 부족하기에
나는 말을 억지로 꾸며야하고, 그 결과 아주 쪼금 있어보일 수는 있으나
독해하기 쉽지만은 않은 문장들만 탄생하곤 한다.

대학 학부 마지막 학기를 [일본]문학 수업으로 마감했는데 그 덕에
나의 문학을 향한 숨겨진 욕망같은 것이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읽는 것을 좋아한다 쳐도 꽤나 편식을 하는지라 그리 당당히 말하기 부끄럽지만
그래도 기회가 되었더라면 순수하게 문학을 공부해보고싶었을텐데 싶기도 하다.
물론 이건 나의 커리어를 위해 하는 말은 아니기때문에 앞으로라도 할 수 있을거라 믿고싶지만.

비록 수업을 딱 하나만 수강하며 학기 내내 날라리 학생, 혹은 반 학생 반 백조의 생활을 했고
기말고사 기간임에도 불과하고 긴장감이 눈꼽만큼도 없이 편하게 지내고는 있지만...
소설(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의 장르이다)을 읽고싶은 욕구가 솟는 건 나의 전형적 학기말 증세이다.

드디어 1Q84를 읽기 시작했다. 두근거려.
그리고 글을 더 잘 쓰고싶다. 간결하지만 있어보이는 그런 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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