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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 총각김치

from hur cosmos 2012. 10. 21. 13:21

바야흐로 천고마비의 계절이것만, 쌀이 떨어진 나는 근 한달 반 정도를 집밥을 못먹고 지냈다. 미국 생활 경력 7년차인 주제에 차도 없고 면허도 없는 나는, 여전히 차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기생해야하는 유학생보다 못한 처지다. 학생때는 누가 챙겨주기라도 하지만 이젠 그런 시기도 참 많이 지났기 때문에..

그래서 쌀이 떨어졌을 땐 너무너무너무너무 충격이었다. 분명히 더 있는 줄 알아서 맘놓고 해먹었 것 만. 흑흑. 여튼 다행히 동네 근처 일본 구멍가게를 찾아내서 현미 작은 봉지는 며칠전에 사왔다. 그리고 우연찮게 또 꼽사리껴 1주일 전에 H마트에 가게 됐는데.. 총각무를 파는거야. 내 주먹보다 작은 무를 세개 묶어놓고 1불 정도로.

여름에 동치미를 한번 담궈보고싶어서 굵은 소금을 샀었는데, not surprisingly.. 무는 냉장고 안에서 썩히고 굵은 소금은 고이 무셔두게 된 게 생각이 났다. 그리고 하필 얼마전 코알랄라에서 총각김치 편 나온게 생각나서 '에이 $1 정도면 행여 못해먹고 버리게 되도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집어왔다.

주말동안, 뭔 필을 받아서인가 진짜로 실천으로 옮기는 기적이 일어났다. 집에 있는 재료가 비루한지라 잘 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필요한 양념들을 가지고 뭐 해보긴 했다. 결과물은 하루이틀 더 익어봐야 알겠지만 양념이 무 양에 비해 조금 많아보이는 걸 제외하고는, 그림은 그럭저럭 나오는 듯.

무엇보다 "실천으로 옮겨냈다", "김치를 담궈봤다" 라는 사실 만으로도 흡족하다. 역시 나는 의미지향형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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