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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lutWalk에 대한 개인적 견해 2011.08.18

드디어 DC에서도 Slutwalk 시위가 개최되었다. 한국에서도 열렸을 정도이니 이젠 꽤나 세계적 규모로 뻗어나가고 있는 시위인데, 그냥 개인적인 여견만 조용히 지니고 있던 차, 대학교 친구 한명이 DC slutwalk에 다녀온 걸 보고는, 잠잠했던 그 생각들이 복물처럼 터져나왔다. 일단 이 시위, 요점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여자들의 옷 입을 권리 "나는 내가 입고싶은대로 옷을 입을 권리가 있어!" 혹은 "그럼 우리가 매일 아침 미래의 강간범들을 배려하고 고려하며 단정한 옷을 골라 입어야하나요?" 여기까지는 아무 태클 한마디 없이 넘어갈 수 있다. 이 말이 이슈가 되는 건 다름 아닌 남자들의 "우리한테 잘 보이기 위해 (우리를 꼬시기/유혹하기 위해) 입는거잖아?" 라는 의견이다. 이 부분은.. 정말 대꾸할 가치도 느껴지지 않는 대목이긴 하다. 성시경이 "여자가 없는 세상이었더라면 남자들은 농구따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말해줬 듯, 그래 어쩌면 여자들도 남자가 없는 세상에서는 지금 정도로 예쁘게 꾸미는 일은 없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남자가 없는 세상에선 살아본적이 없어 그 가정은 하기 힘들고...^^ 근데 여자들끼리는 꽤 많은 경우 자기만족 + 여자 눈을 의식하여 꾸미는 경우도 허다한데. 휴..

여튼 위의 파란색 부분을 드고 come on you are dressing like a slut, doesn't that mean you are seducing us to have a sex라고 (극단적인 경우는 rape라고까지) 해석해버리는 엄한 작자들이 존재한다는 건 결코 여자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렇지만 저런 망나니들이 실제로 존재하는게 이 세상이다. 보이는 것, 즉 시각적인 것의 절대적 노예가 되어버리는 건 형제들의 천성이자 본성인 현실이란 말이다. 이 시위의 시초가 된 캐나다 경찰의 한마디, "성폭행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여성은 매춘부 같은 야한 옷차림을 피해야 한다" 라는 것을 감정적으로만 받아들이기 전에 엄두해볼 문제가 있지 않냐는 것이다. (물론 여자의 입장으로 저런 경찰은 싸다귀를 한대 던져도 속시원하진 않겠지만)

나는 여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데에는 아무 의의가 없다. (이 얘기를 ㄱㄷㅇ간사님과 잠시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모든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것은 대게 너무 자연스럽고도 아름다운 것이라 나는 믿고싶다)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무시한 채 목소리만 높인다고 해결 될 것은 아무것도 없지 않을까. 내게는 이것이 서양문화가 가지고 온 왜곡된 feminism의 연장선이라고 느껴진다. 남/녀가 다른 특징들을 가지고 완전 다르게 만들어졌음에 대해 세상이 미친 듯이 무지한 것인가 싶어 한숨이 깊어진다.

정말 이 세상 여자들은 몰라도 너무 모른다. 물론 진짜 바보는 남자들이지만, 좀더 똑똑한 여자들이 안타깝게도 더 넓은 아량으로 저 불쌍한 남자들을 봐주진 못할 망정 서로가 딴 소리를 하고 앉아있는 것 같다. 


덧붙여 Slutwalk의 슬로건은 "No Means No" 라고 한다. 그렇지만 강간범들에게 No라고 말한들 무슨 소용이 있다고 저런 소릴 하지???? 라고 고민하던 차, 미국의 Slutwalk는 면식이 없는 (stranger) 강간범들을 향해서만 하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아! 성생활이 훨씬 더 개방적인 (라고 믿고싶..) 서양에서는 면식강간 또한 훨씬 더 흔할 수도 있겠다 가능성이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면식 강간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배우자/부부 강간에 가까운 것이라고 해야하나? 적절한 단어는 잘 모르겠지만 이미 꽤나 친밀한 남녀사이에서 일어나는 그런 강간말이지.) 하여튼 그렇다면, 아래의 포스터는 완전완전히 타당하고 makes sense하다.



요점은, 최소한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운동은 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처럼 느껴진 거다.
(1) 우리들의 복장은 굳이 남자를 꼬시기 위함이 아니다. 내가 뭘 입든 그 뜻을 왜곡하려 들지 말라.
(2) 제발 부탁이니 여자들이 하는 말을 내숭/튕김으로 여기지 말고 있는 그대로 좀 들어먹어라. 

앞으로 이 시위의 행방이 어떻게 될지 궁금은 하지만, 솔직히 그 끝은 뻔하다. 아니 끝이 없는게 뻔하다. 이 화두가 1,2년 뜨거운 감자였던 것도 아니고 내가 봤을 땐 고전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오래된 일이다. 단지 여성들이 직접 '운동'하기 시작한 것이 최근일 뿐. 여튼, 적어도 이 세상의 여자들이 현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언성 높이며 힘은 힘대로 빠지고, 여성운동을 했다는 생각에 자존감만 더 올라가되, 범죄율이 낮아지는 일은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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