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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식이 하는 부모 생각 2011.08.02


"수진아, 아빠는 세상에서 수진이를 가장 사랑한단다."
7년전에 마지막으로 아빠를 만났을 때 들은 이 한 마디가 그렇게 아플 수가 없었다.

"
수진아, 아빠는 세상에서 엄마를 가장 많이 사랑해. 미안하지만 수진이는 그 다음이야."
십여년 도 훨씬 전, 어쩌면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혹은 유치원 시절
우리 아빠는 분명히 저렇게 말했었기 때문이다.
2등에서 1등이 되었는데도 "전락"과 "상실"이라는 단어가 나를 지배했다.

어릴 적 대디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저 말이 전혀 섭섭하지 않았음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리고 더 커서 돌이켜보는 지금, 저것이 너무나도 옳은 소리였음을 확신한다.
아내를 대하는데에서도, 자식 앞에서 하는 말로써도.

이런 사소한 것을 기억하는 나 자신이 가끔은 정말로 측은해질 때가 있지만
더 기억해버리고, 조금 더 알아버리고, 깨달아버린 나 자신이
감당하고 수용해야 할 먹먹함 내지 책임이라 생각한다.

아래는 3년전에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을 읽고 내가 적어두었던 부분들.
그냥 문득문득 뒤적거려 찾아 읽곤 하는데, 더 손이 닿기 쉬운 이곳에도 남겨두려고..



====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엄마라는 사람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먹을 걸 많이 싸 와서가 아니라, 고릿한 냄새가 밴 헐렁한 잠옷을 입고 아무렇게나 내 앞에 앉아 있어서가 아니라... ... 뭐랄까, 격의 없는 것, 자신이 나에 대해 가지는 사랑이 하늘로부터 받은 천부적 권리임을 굳게 믿는 자의 당당함 같은 것, 그러니까 한때 같은 몸이었던 두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어떤 끈이 팔 년의 세월? 그거 별거 아니야 하는 듯 우리를 뛰어넘고 있었다. 팔 년만에 만난 모녀는 그렇게 모텔에서 쥐포를 구워 먹었다.

p.44

 

이상하게도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이 왜 불행한지. 그건 대개 엄마가 불행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부부가 불화하는 집 아이들이 왜 불행한지도 어렴풋하게 느껴졌다. 그건 엄마가 불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아, 이 세상에서 엄마라는 종족의 힘은 얼마나 센지. 그리고 그렇게 힘이 센 종족이 얼마나 오래도록 제 힘이 얼마나 센지도 모른 채로 슬펐는지.

p. 57


어른들은 알까, 나도 한참 더 시간이 흐른 후 깨달은 것이긴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어른들의 눈치를 보며 살고 있는지를. 그냥 내가 나여도 되는 것, 그냥 내가 원하는 말을 하는 것, 그것이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비록 우습고 유치하고 비록 틀릴 수 있을지라도, 무슨 말이든 해도 비난받거나 처벌받거나 미움받지 않는다는 확신이 없을 때, 우리는 얼마나 우리를 잃고 갈팡질팡거리는지를.

p.227

 

그런데 혹시, 그러니까 어른이 되어도, 몸도 마음도 커다랗게 변하긴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결점을 가지고 그것을 드러내 보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인 거라면, 내가 어른들한테 했던 기대가 실은 완벽에 대한 요구였다면... ... 그렇다면 혹시, 나도 조금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어른 저 어른 흉보고 자라다가 막상 자기가 어른이 되면 그러니까, 외로워지는 걸까? 이제는 흉보고 탓할 사람도 없어져서?

p.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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