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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8년 반만에 밟은 진짜 일본 땅 (2) 2015.05.22

우리는 어느 투어회사 패키지로 여행을 떠났다. 부모님들은 패키치 스케줄대로 3박4일을 지내시고, 나와 피앙세 그리고 도련님은 며칠을 추가하고 거기다가 피앙세는 미국발로 합류를 해야했으니 하여튼 예약하기가 복잡한 여행이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울 엄마가 담당했지만 >_<-*


우리 팀을 안내해주시던 가이드 아주머니가 참 재미있고 센스있는 분이셨는데, 처음 인천에서 출발한 6명을 보며, 분명히 이 두 가정이 한 예약을 했는데.. 뭔가 서먹서먹해보이기는 하고.. 게다가 중간에 합류하는 인간이 있고... 도대체 두 집 관계가 어떻게 되냐 궁금해하셨는데, 피앙세가 조인한 순간 아 사돈사이구나 라고 알아맞히셨다. 상견례도 치루지 않은 예비 사돈이었으나 뻔한 추측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래도 대단하다 란 생각이 들었다ㅋ


여튼 그렇게 몸도 마음도 긴장되던 첫날을 보내고, 정식으로 상견례 식사자리를 갖기로 한 자유여행날을 맞이했다. 


낮에는 호텔 근처 우에노를 둘러보고, 간간히 드럭스토어와 할인점ㅋ에서 쇼핑을 하고, 나중에는 긴자도 한번 찍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일본 동경에 내 고향이 두곳 있다면 그중 하나는 단연 부모님들이 생계를 이어나가시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신 우에노인데, 어쩜 이리도 변한 것이 없을까 경이로웠다.


↓호텔 근처 할인점에서 본 우유와 달다구리들. 

 


아메요코, 그 재래 시장 안에서 팔리는 꼬치 과일의 가격, 전철 역 풍경, 나의 놀이터와 같던 우에노 경성역 앞 장난감 가게. 아 물론, 건물들이 바뀐 부분 또한 많았다. 우에노 경성역 옆에 낡은 극장가가 있었던 것 같은데 (거기서 난 종종 세일러문 극장판을 보았던 것 같다) 거기도 식당가로 바뀌었고.


↓고가도로 아래 위치한 시장 아메요코와 그 입구

  


Le Cafe Doutor이라는 곳에서 본 긴자4초메 사거리. 대각선에 미츠코시 백화점이 보인다. 

긴자 가기 전에 들른 할인점의 비닐봉지 들고 고가 백화점 들어가 X팔리다며 웃던 엄마.

(TJ Maxx, Marshall 봉지 들고 니만마커스 들어간 느낌이었으려나..)



여유롭게 흘러간 일정과는 달리 내 속은 사실 썩어 문들어질 정도로 화가 나있었는데 그것은 우리 엄마의 대책없음. 설 연휴 중이었던지라 호텔 바로 근처 동네에는 연 식당이 전혀 없었고, 격식을 차릴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럴싸한 식당을 찾는게 쉽지 않은 시기인데 엄마가 너무 태평해보이는 거다. 말이 태평이지 하나도 준비외어 있지 않아 마음이 조급해진 나.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왜 내가 조금 더 도와드리지 못했나 싶기도 하지만 이번 여행의 주도권을 엄마에게 다 맡긴지라, 돕지도 않으면서 혼자 불안해하고 역정내던 상황-_-; 


외출을 끝내고 저녁까지 시간이 남아 우리 모두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 사이 엄마께서는 또다시 우에노 시내로 다녀와 문 연 식당을 찾아나셨더라. 호텔이 우에노 바로 근처이기는 하나 전철도 역 하나는 가거나 걸어서 2,30분은 걸리는 거리였는데. 뒤늦게 죄송하고 감사한 맘을 부여안았다.


근데 너무 웃긴건 그 열었다는 식당이 내가 아는 곳이었다. 들어가본 적은 없는 것으로 기억하나 20년 전에도 존재했던 식당. 그도 그럴것이 그 식당이 있는 골목은... 여전히 여러 술집과 스낵바가 줄비한 저녁에 활기를 띄는 골목인데 그곳이 어린 애가 겁대가리 없이 혼자 이 가게 저 가게 (실상은 분포되어 있는 가족들의 일터)를 누비고 다녔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와서 보니 이 골목 삐끼들은 혼자 걸어댕기는 유~초딩 아이를 보며 뭔 생각이 들었을까 싶지만. 뭐.ㅋ 씁슬하지만 이것이 내가 그리고 우리 부모님이 살아올 수 밖에 없던 환경이고 이젠 추억이닊하.


이미 만 하루를 함께 보냈기에 새삼 상견례라고 불리우는 이 식탁이 조금 우스웠지만, 식 진행에 관해서는 당사자 둘에게 맡기자는 상투적이고 평화로운 결론을 맺으며 밤을 보냈다. 



↓사진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츠케다시가 많이 나와 배 터지게 먹었으나 인당 2000엔 조금 넘었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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