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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쁜 날의 푸념 2010.05.15

기쁜 날의 푸념

from hur cosmos 2010. 5. 15. 13:52

기다리고 기다리던(?) 졸업식 날이었다.
전체 Commencement는 주일에 있기는 하나 
호명이 되는 과별 졸업식이었으므로 사실 개인적인 의미를 두기에 더 좋은 날.
하루종일 scattered t-storm일거라는 예보와는 달리
다행히도 낮에는 계속 날이 쨍쨍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평상시에 사진 같이 찍을 일이 없는, etc 스러운
친구들과 함께 이 기회다 사진도 많이 찍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guest 몇 덕에 정말 기쁜 날이었다.

그러나 아까 낮에까지만 해도 덜 느꼈던 회의가 밤이 되니 밀려온다.

4년전 치룬 고등학교 졸업식에 비해 기쁘지 못할 이유는 수두룩 하다.
가장 뻔한 것은 그 때는 "대학"이라는 뚜렷한 next stop이 확정되어있었으나
지금은 당장 다음 역이 어디가 될지 알 수 없는, 한마디로 취업의 불안의 존재.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서로 함께 졸업을 축하하고 싶은 사람들이, 꼭 같은 학년 같은 과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특히나 우리 학년 우리과에 한국사람이 많지 않았던 가운데 나를 포함 세명이 함께 참석했는데
그 중 하나가 정말 말같지 않은 이유로 사이가 좀 틀어진 후,
표면상으로는 덜 그럴 수 있으나 무지무지무지 어색하고 불편한 사람이라...
아 정말 정신적 소모가 장난 아니었다.

내 대학생활 4년을 뒤돌아보며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내가 살어온 길에 미흡한 점은 있으나 후회는 없다" 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음 좋으련만
후회 실수 미련 투성이라 참 괴롭다.
물론 내 마음이 아직 완전히 포기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 대신
나는 가장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고, 소수의 바꿀 수 없는 인연들을 만났다.
단지 그런 식으로 인위적으로 정당화를 하며 내 자신을 위로해야되는 것이 
너무 괴로워서 그렇지.. 반복해야하기도 하고.

두번째 푸념은 바로 내일 있을 S언니와 Y오빠의 결혼식이다.
작년 J언니 결혼식을 시작으로 교회에서 올리는 결혼식 준비를 여러번 도와봤지만
리허설/디너까지 참석하게 된 건 처음이라 사실 많이 떨렸다.

근데.. 두번 정도 반복되는 리.허.설 임에도 불과하고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아 좀 그랬다.

정말 요만큼의 빈말도 없이 내가 너무 축복하는 커플이고 사랑하는 사람 둘
아 이제 정말 드ㅡ디어 결혼을 해주는구나! 싶은 쌍임에도 불과하고
마치 친언니 시집 보내는 것 같은 섭섭함이 엄습한다.

그리고 사실 결혼식에 갈때마다 감상적이 되버리는 것은
다름 아닌, 나의 "친 부모님"을 떠올리게 되서 인 것 같다.

내일은 웬만하면 울고싶지 않은데...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이렇게 기쁜 경사가 겹겹이 일어나고 있으나
나는 계속 푸념질이다.


PS.
손글씨로 일기에 쓰고싶었으나 도저히 쓸 힘이 안남아
이렇게라도 꼭 기록해야될 정도의 일 하나.

정말 말하는 목소리 만으로 이렇게 두근거리게 만드는 사람이 있을줄이야 =ㅁ=
보통은 목소리에 다른 요소들이 더해져서 가슴이 뛰기 마련인데...
(물론 어쩌면 내가 자각하지 못하는 다른 요소가 있을 수도 있지만)

목소리만으로도 나긋나긋해서 나도 모르게 눈을 감게 되는데 (변태같지만)
어째서 말끝마다 fade out이 들어가는거지?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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