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인연'에 해당되는 글 2건

  1. 최근에 만난 사람들을 통해 느낀 점 1. 2011.02.10
  2. 인생의 선배 2010.06.17

처음 코스타에 참석한 2009년, 나는 엄청난 문화충격을 받았다. 주관적 기준으로 자기 인생이 힘들지 않다 하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인디컨퍼런스에 참여한 과반수 이상의 이민자들의 삶이 내게는 지나치게 충격적이였던 것이다. 엘리트 출신이 난무하는 KBS와 유학생 출신 인구가 높은 교회에 참석하던 내게는 이민 온 1.5세들의 고충이 새롭고 낯설기만 했다. 재정적인 상황과 공부를 하는 여건만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나는 인생을 너무 편히 살아온 편에 속했기 때문이다. 내 딴에는 우리 학교에서는 내가 가난한 측에 속해서 기죽지 않고 살아남으려 바둥되며 허세부리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렇게 첫 코스타는 나의 시야를 확 터주는 역할을 했다. 그렇지만 2009년 그리고 2010년에 이어 코스타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이 내게 준 인상은 그 어려운 환경 가운데에서도 하나님을 붙잡는 그들의 대견함이였다. 광야에 내던져졌기때문에 붙잡을 것이 주밖에 없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힘든 상황 가운데 하나님을 만나고 그 안에서 성장해왔다는 친구들과 동생들이 너무, 너무나도 대견하고 사랑스러웠다.

최근에 그 두번의 코스타를 통해 가장 많이 친해진 두 자매 (동생)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근데 오랜만에 그들을 만나 내가 받은 인상은 사뭇 달라져있었다. 대견함은 여전히 바닥에 깔려있지만 새로 내가 느낀 것은 "아.. 예수를 진짜로 믿는다는 우리들도 아직은 응어리와 상처가 많이 남아있구나. 치유와 회복.. 성화의 과정은 정말 평생 끝나질 않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아마 이런 생각이 든 건 최근에 내 자신을 두고 저런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이였을거다. 

지난 가을 학기부터 KBS에서는 로마서를 묵상했다. 그리고 지난 주에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었는데 (olleh!) 로마서를 묵상하면서 내 생애 이토록 자주 그리고 깊이 나 자신을 죄인이라 고백한 적이 없었다.  그건 말씀에 비춰진 부분도 있을테고 지난 학기부터 유독 환경적으로 사람과 부대끼는 시간이 극적으로 늘어버렸기도 하고. 여튼 내가 실제로 감지해왔던 것 이상으로 나란 인간은 이리도 모나다는 걸 깨닫는 건 참.... 어찌 표형할 것도 없이 힘들었다. 

그리고 그 여파로 요즘은 더 힘들다. 지난 시간이 나의 죄인됨을 인정하는 시간이었다면 지금은 그 죄인된 내 모습을 갈아엎는 과정을 겪고있는 것 만 같아서. 요즘 새삼 회심이란 단어를 묵상하게 되기도 하고... 다시 새롭게 예수를 만나는 것 같은 설렘도 있고 그렇다.

여튼 요점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예수를 만나면 만날수록 직면하게 되는 굳은 살이 더 두꺼워지는 것 같다. 내가 발견하는 나의 죄는 횟수를 거듭할 수록 그 더러움이 더한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우리가 한층 더 깊은 내면의 문제를 접하게 되니깐 그런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지도 못한 쌩뚱맞은 곳에서 용서의 대상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그것이 나 자신일때도 있는데 그럴땐 어떻게 해야할지 참 당황하게 되곤 한다), 내가 본의 아니게 준 상처들이 수면 위에 떠오르기도 하고. 나날이 더 subtle 한 단계를 직면하게 된달까. 

어릴 적 인간의 무의식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생긴 이후, 심리학을 향한 관심이 참 많이 생겼었는데 과학적 접근은 아니지만.. 예수를 만나고 성경을 보니깐 나는 어느새 신학자, 사회학자, 철학자, 사상가, 그리고 이젠 심리학자가 되어간다. ㅋㄷ

'hur cosmos' 카테고리의 다른 글

I think, therefore I am  (2) 2011.02.14
내 질문의 의도를 간파당함  (0) 2011.02.11
Steve's and Soo  (0) 2011.01.13
M에게 쓰는 편지  (0) 2011.01.06
2010년 결산  (0) 2010.12.30
,

인생의 선배

from hur cosmos 2010. 6. 17. 13:34

오늘은 종일 일진이 좋지 않았다.
일어나자마자 관람한 스페인 vs 스위스 경기는
스페인의 역사적으로도 굴욕적인 패배로 끝나버렸고
이후 집을 알아보고, 사람들과 연락하는 과정에서
나는 엄청나게 많이 짜증과 답답함이 밀려와있던 상태였다.

그렇게 늘어질 때로 늘어진 채로
나는 티셔츠+카고반바지+안경+캡 패션의 
두 대학원(졸업)생 오라버니들과의 저녁약속에 끼었다.

즐겁게 식사도 하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난 후
성경공부 모임 내에서 해야되는 peer review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K오라버니와 단 둘이 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치만 역시나 감정적으로 날이 날이니 만큼.. 
나는 제3자들이 보면 오해할만한 그림을 만들어내고말았다. 
울어버림으로 인하여. (ㅜㅜㅜㅜㅜㅜ)

여튼, 이 분을 나 개인적으로 형용하자면 "도 튼 사람" 내지 어른 이었다.
내 주변에야 이 분보다 나이 많은 사람, 나보다 윗 세대를 사신 분들,
혹은 그냥 사회적으로 보았을때 어른 인 사람들 투성이다만
유독 나는 저 어른이라는 단어를 이 사람을 향하여 쓰곤 한다.

뭔가 한걸음 뒤에 서서 많은 것을 수용하는 넓은 아량,
여러 상황과 여러 사람들을 슬기롭게 상대하는 센스,
배려와 매너, 적당히 삼가는 듯한 것이 몸에 밴 듯한 행동들.
장난기는 또 어찌나 많으신지 11년이라는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나라는 어린 꼬맹이의 좋은 놀림감이 자주 되시기도 했지만,  
나는 그런 그 분 뒤의 스며들어있는 그의 진지함과 성숙함을 많이 동경했다.

그런 K오라버니와 꽤 가까이 지내고 자주 보고 지내긴 했으나
둘이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이번 학기가 처음이고 오늘이 두번 째였다.
그러다 오늘,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몇배는 더 희안찬란하고 격동이 심한 그의 인생에 대해 들었다.
그리고 내가 받은 그의 인상들은 역시나 그의 풍부한 경험들에 근거했군 싶었다.

내가 실제로 "도가 튼 사람"이란 인상을 늘 지니고 있었다 고백하며 시작된 화제 끝에 그는,
"아마 내 나이에 안맞는 희노애락을 많이 겪어서 그럴거야" 라고 겸손히 대답해주었다.

더더군다나 "수진아 너는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우리 둘은 감정의 코드가 비슷한 것 같아"
라며 식사중에 스처지나가듯 하신 말에 공감을 표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겪어온 사건들 하나하나가 다 비슷할 순 없겠지만
어느 상황에 맞닥뜨렸을때 돌아가는 머리의 회전방식, 즉 사고방식이 꽤나 비슷한 듯 했다.

오늘 나는 대화 아닌 대화는 이틀에 걸처 바닥나버렸던 나의 기운과 자신감이 꽤 회복됐다.
성의없고, 그저 화제와 상황을 바꾸기 위한 위로나 격려의 말을 몹시 혐오하는 나지만
오늘 어제는 그 어떤 위로라도 받고싶었을 그런 상태에서 받은
진솔 플러스 한 언변 하시는 분의 격려는 몹시나 힘이 있었고, 따듯하고, 아렸다.

오빠가 아저씨여서 다행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전 분명히 반해버렸을테고, 이 나쁜 남자로 인해 후엔 눈물을 흘리게 됐을 거에요ㅋㅋ
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집으로 향해 돌아가던 중...
반짝거리는 반딧불이와 맞닥뜨려 순간 걸음을 주춤했다.
그러고나서 몇초 있다가 멀리서 매미 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축축하고 눅눅하고 찝찝한 공기를 들이키며 하늘을 처다보니,
저물어가는 하늘 위에 너무 예쁜 초승달이 떠있었다.

DC의 여름은 작년보다 쪼금 외롭지만 여전히 어딘가 굉장히 포근하고 굳건하다.


오라버니의 이곳에서 보낼 처음(?)이자 마지막(?) 여름이
뒤돌아봤을때 참 괜찮았다- 라 말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하며..

'hur cosmo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야, 그리고 첫사랑  (0) 2010.07.02
from Julia  (0) 2010.06.25
ignorance is not a bliss  (0) 2010.06.16
고마워요 닥터케이  (1) 2010.06.08
기쁜 날의 푸념  (0) 2010.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