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omsday

from survival diary 2012. 12. 15. 12:23

나의 입술의 모든 말과, 나의 마음의 묵상이 주께 열납되기를 원하네
라며 내가 호흡하는 그 순간순간마저도 주께서 영광받으셨으면 좋겠다 했던 순수함은 어디갔나요.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는 이번 학기 캠퍼스에서의 모임.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던 유일한 고정 멤버하고의 성경공부. 이 친구의 존재가 너무 당연하고, 원래 우리의 관계는 가르치는이-가르침받는이가 아니라 상당히 동등한(...) 사이여서 오히려 내가 한발 짝 물러난 감이 내내 있었다 (遠慮気味?). 

성경공부때는 나도 한 고집하고,  너도 한 고집 하다보니 충돌하는 일도 적지 않아 있었다. 막상 같은 이야기를 다른 언어로 했던 것 뿐인데도 그 친구의 부족한 부분과 서투른 부분을 충분히 감싸주지 못했던 것 같다. 상대적으로 나보다는 캠퍼스를 향한 마음이 더 현저한 그 마음에 부응해주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캐어 대상이었는데, 정말 무엇 하나 해준 것 없이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버렸네. (도대체 나는 얼마나 많은 핑계들을 체비한 채로 사는 것일까. 해야 하는 일을 하지 않는 거에 대한 핑계는 무대한으로 댈 수 있는 것 같다.)

캠퍼스를 향한 안타까운 마음과, 그 친구를 향한 염치없음과, 더 같이 힘내지못한 것에 대한 미련이 이제야 내 가슴을 친다. 이런 눈물을 어찌나 기다렸던가. 마무리를 지을 때가 되니 이제야 나를 괴롭힌다. 학기 내내 열과 정을 잃은 듯 한 내 모습이 참 낯설었는데 이제야 정상적(?) 현상이 나타났다.

근데 더 속상한 건 결국 이것도 일시적인 감상으로 끝나버릴 거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통곡을 하며 빌고 찢어지는 듯한 가슴을 안다가도, 나는 감정을 발산함과 동시에 그 결심을 날려버리는 고작 그정도인 여편네니까.. 

네 걱정을 하다 내 걱정으로 끝나는 이 패턴도 여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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