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의 날

from survival diary 2014. 8. 28. 13:20

내가 이렇게까지 강경대응+충격요법을 받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일을 못했었나? 아니면 이 회사는 이미 나에게 은혜를 많이 입히고있다는 입장을 취해왔으며 여태까지 나따위가 잘리지 않도록 보호막을 치고 있던 것을 내 신분이 바뀌자마자 거둬버린 것인가?

내 신분 문제가 해결되어 회사를 자유롭게 옮겨다닐 수 있는 상황이 되었어도 아직은 이곳이 나의 밥줄을 제공하고있고 나는 갑을병정중 정만도 못한 일개 외국인고용인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서럽다.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결국 나도 강하게 나갈 수 없다는 것이 비참하다. 짤리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회사의 부조리와 나의 입장을 당당하게 주장하기엔 내 눈 앞에 놓인 현실이 너무 크다. ​
나는 아직 가장이니까.

어제 페이스북으로 감사 릴레이에 태그당했었는데 할지말지 고민 하면서도 감사제목을 머리 속에서 상상하려고 했다. 그 첫번 째가 "여차저차 하더라도 먹고 사는데 큰 불편함 없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였는데 하룻밤 사이 그딴것마저도 뒤흔들릴 수 있다는 걸 깨달으니 등골이 오싹해지며 감사의 맘이 날아갔다. 결국 나의 얕은 감사따의는 환경의 변화에 이렇게 쉡게 좌지우지되는 걸... 알았으니 릴레이같은 것에 거부감이 든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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