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양가 부모님이 모두 한국에 계심에도 불구하고 사정상 우리는 미국에서 식을 올리게 되었다. 식 전에는 나의 부모님이, 식과 신혼여행 후 며칠은 시부모님께서 신혼집에 머무시는 모양으로 대략 9월 한달은 부모님 밥 실컷 먹으며 지낼 수 있었다.
하필 식전 오신 우리 부모님께서는 빅데이를 위한 노동을 뛰시는 바람에 구경은 커녕 말그대로 뒷바라지만 하고 가셨다. 그나마 방문 초기에 동굴관광 한번과 등산 한번 모신 것으로 처음으로 버지니아 경험을 하셨다. 그이전에는 차 없고 면허없는 도시촌년 딸내미 방문하느냐 도시 관광만 주구장창 하셨었는데..ㅎㅎ
여하튼 이번에 내게 새로웠던 것은 역시나 시부모님하고 같은 집에서 보낸 며칠이었다. 신혼여행 다녀온 직후 바로 출근을 하는 바람에 집안일이라곤 거들지도 못했는데 (원래 잘 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식사 한끼를 해드리지 못하고 내내 어머님 밥만 축내는 밥보가 되었다 ㅜㅜ 뭐 내가 새내기 며느리로써 얼마나 제역할을 못했는지를 탓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단지 시부모님 and/or 남편과의 소통법을 보면서 우리 집과의 당연한 그 차이에 계속해서 놀라는 며칠을 보냈다는 것.
일단 그 식구는 사이가 좋다. 이렇게 말할 때 특별히 내가 우리 부모님과 사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시댁은 대화가 많다. 그리고 그곳에 남편이 끼어들 때.. 신앙 이야기, 신학 이야기, 교회 이야기가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은 정말 큰 문화적 충격이었다.
대형교회 장로님 집사님 정도면 원래 다 그러신가? 유명한 신앙서적 작가 이름들쯤은 줄줄 꿰뚫으며 실제로 여가 시간에 그걸 읽으시고?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 속한 교회나 공동체에서 이정도 집사권사장로님들은 많으실텐데 이러한 분들의 나의 '부모' scope에 들어왔다는게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남편이 부모한테 '무엇이 진짜 복음인지'에 관한 설교를 침튀어가며 매일매일 해댄 것도 그렇고. 물론 그런 모습을 처음 본 건 아니지만 그가 그러는 대상 중에는 부모님도 포함이 된다는 것이, 대견하기도 지겹기도 부럽기도 했다.
그 연장선에서 내 눈시울을 붉게 한 것은, 시부모님께서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여러 말씀 후에 손잡고 둘러앉아 기도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었다. 어릴 적 나는 매일밤 친아버지의 기도와 함께 침상에 눕곤 했다. 그 어릴 적 기억과 경험이 얼마나 강력한지, 내가 굳이 부탁을 해주지 않는 이상 기도를 먼저 와서 해주지 않는 엄마에게서 상대적 실망을 느낀 적도 있었고, 심지어 현재의 남편에게도 이런 기도의 시간을 갖자고 먼저 제의를 했던 건 나였다. 여튼 친아버지를 제외하고는 내가 먼저 손을 내밀지 않는 이상은 그 누구도 먼저 이렇게 기도 하자 suggest를 해준 적이 없었는데, 마치 내가 이상으로 그리던 가정의 모습을 그 찰나에 경험하게 해주셨다. 어찌 보면 참 사소하고 작은 일이지만 나에게는 나의 향수를 자극하는 그런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아닌 부모님한테서 우리의 기준을 세상에 두지 말고 오직 하나님께 두며, 도움을 구하며 살라- 라고 하는 조언만큼 현실적으로 와닿고 실용적인 게 없던 것 같다. 부모님께서 그런 말씀을 해주시니 무게감이 달랐다.
굳이 차이를 나열하거나 대조하고싶은 생각은 없지만, 나의 부모님하고는 경험하지 못했을 몇몇 경험들을 통해, 확장된 가족을 통한 축복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터져나오는 감사와 함께. 다행히 이것이 나의 가정을 향한 비관을 키우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갈 바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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