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from survival diary 2016. 11. 10. 01:29

너무 빡이 쳐서 뭐라도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비가 줄줄 내리는 가을날의 워싱턴 디씨의 아침.


무언가를 읽으면 읽을 수록, 나 자신을 토닥이려고 하면 할 수록 하늘을 봐도 땅을 봐도 벽을 봐도 눈물이 나 견딜 수가 없다. 


늘쌍 생각해왔다. HRC는 DJT같은 새끼를 경쟁자로 두기엔 아까워도 너무 아깝다고. 처음부터 그녀를 지지해왔기에 "ㅋㄹㅌ은 아니지만 ㅌㄹㅍ는 더더욱 아니잖아" 라는 비교를 하던 사람들의 뒷통수를 다 후려치고싶었던게 솔직한 나의 심정이다. 그녀는 이따위 비교를 deserve하는 그릇이 아니라고. 


그녀가 목이 쉬도록 외치고 다녔던 것 처럼, 그녀는 모든 미국인 - 깡촌, 백인 사회, 꼴보수, 미국이란 나라의 방향성에서 외톨이가 되었다고 느끼는 자들의 -의 대통령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건 이상이자 목표이지. 그래 그건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인 사람들이 자신들의 대통령을 뽑은 거다. 그것 뿐이다.


난 중계를 끝까지 보지 않고 힘들게 힘들게 잠이 들었다. 이걸 다 보고 지고 잠을 못자느니 지금이라도 자는게 낫겠다 생각이 들어서. 잠에서 깨면 이 악몽이 끝나있기를 울면서 기도하며 잠들었다.


난 이 나라에서 이민1세의 길을 걸어가고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경제 위기의 덕을 보아 취직을 했고 취업비자를 쉽게 받았다. 시민권 내지 영주권을 가장 빨리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미시민권자하고의 결혼인데 그런 운마저 내게 돌아왔으니.


더 똑똑해지고싶다. 나의 잘남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살고싶다. (물론 그런 잘남따위 지금의 내겐 손톱만큼도 없다) 멋진 여자가 되고싶다. 약자를 위해, 억압받는 자를 위해 싸우고싶다. 내가 희생하고 손해보는 일을 감수하더라도. 그녀는 그런 의지에 불씨를 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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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만 draft를 써놓고 더 고치고 발행하려다가, 그런 날 따위는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이렇게 footnote를 덧붙이고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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