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로 인하여 2주가 미뤄진 수양회가 드디어 끝나고
어김없이 싸움의 터전인 "일상생활"에 돌아왔다.

3명의 현 코어 멤버들, 그리고 1명의 후배.
그들의 상태와 need가 너무나도 제각기 달랐던 가운데
수야회 전 가졌던 유일한 기도는
그 어떤 방법으로든간에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했으면- 이었다.

과연 내가 바랬던 대로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의 은혜가 임했던 수양회였다.
그리고 무시하고 싶었던,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교만과 죄와, 얼굴을 맞댈 수 있던 시간이었다.

사실 그 덕에 수양회가 클라이맥스를 달리기도 전에
나는 너무나도 기진맥진이 되어
저녁 순서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다.

그렇지만 전에 함께 한 자매의 간증, 두 자매의 결단,
함께 손을 잡고 같이 싸워나가자 한 기도들,
그저 울면서 서로를 껴안으며 소통한 순간들.

참 많은 것을 보상받은 듯 한 기분이 들었고
하나님께서는 이 아이들이 너무 예뻐
주체하실 수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의 체력과 정신력은 완전히 소진이 되었고
사실 주일이 지나 월요일 새벽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그것은 결코 회복되지 못했다.
몸 상태는 여자라는 이유로 휴식 후에 되려 악화되었다.

안나산에서 돌아온지 24시간이 지났고
그 사이 직접적인 대화, 혹은 싸이 등을 통해서
몇몇 사람들이 수양회 감상평과 그 후의 심경변화에 대해 들었고
무엇보다 우려하고 있던 소식 하나도 전해들었다.

기쁨 보람 기대 안타까움 불안
참 많은 감정이 뒤섞이고 희비되고 있는 이 밤

나는 마치 소경이 된 것 같은 심정으로
귀를 열고 그를 만지려고 발버둥 친다.

아직까지도 수많은 반전 드라마를 기다리고 있는 나는
어리석은 것일까 어쩔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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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래저래 하루종일 기운도 나지 않고
해야 할 일도 하지 않으며 게으름 피운 하루.

저녁이 되서야 부랴부랴 수양회 준비를 더 하기 시작하며
도서관의 사람 없는 작은 group study room에서
나는 여러번 울음을 참아야 했다.

아 이거... 요 며칠, 몇주동안 쌓이고 쌓였던
이런 저런 기분들-
가령 반성, 후회, 짜증, 초조, 불안 등등등이
수양회때 보기 좋게 터져줄 징조다.

무슨 이유때문인지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도 있고,
그 무엇보다 나 자신이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존재가 계시는데
어째서 나의 마음과 삶은 이렇게도 휘청거리는 것일까.

그치만 실질적 나의 삶을 뒤돌아보면 분명히..
"진정한 의미로 그를 믿는 순간들" 이
"그를 믿지 않는 자 처럼 사는 순간들" 보다 훨씬 훨씬 적을거야.

나의 영이 그를 찾아가라, 찾아가서 만져달라 부르짖고 있는데
나의 몸은 제발이니 나좀 건들지말고 가만히 내비둬라 반항이나 하고 있다.

죄는 곧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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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

from hur cosmos 2010. 2. 12. 15:13

오랜만에 짜증 폭발.
나름 괜찮은 하루 마무리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결국 내 성질에 내가 죽는다.
너무 생각이 많아져서 화장솜에 스킨 대신 아세톤을 뭍힐 뻔 했다.

1.
근데 대놓고 뒤땅을 깔 수 없음이 또 마음에 걸린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셰프랑 서유경이랑 주방에서 연애한다"

고로 사람이란 발산구가 필요한 법인데
혼자 간직하는 걸로 해결할 수 있으면 저런 전례동화따위 나오지도 않는다.
그들이라고 진짜로 떠벌리고 상황을 악화시키려고 악의로 그런 게 아니라
왕의 신하나 순둥이 은수나 단지 분출할 곳을 찾아 헤맨 것 뿐이지.


2.
또 다시 보이는 모습에 얽매이는 건가.
남에게 약점이 보이는 건 두려운 일이지만
가까운 사람에게 그 모습을 인정받았을 때 에 오는
안도와 충만함은 이루 말할 수 없지.
그 상대는 나를 받아준다는 인식과 안도감에 고삐는 풀리고..
그니까 안에선 못하고 밖에선 잘하는 사람들이 나오는거겠지. 나처럼..

그치만 그 과정이 결코 쉽진 않았다.
진짜 나를 보이면 나라는 존재를 거절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름 고통스러운 도박의 반복 아니던가.

그렇게 해서 이루어낸 관계와 측근은 그거고,
그 반경이 본의아니게 넓어지는 건 다른 이슈다.

내가 두려운 건 다름아닌 그거 일지도 모른다.


3.
나랑 가치관은 비슷할 수 도 있지만
신앙과 믿음의 근거지가 너무나도 다른,
말을 한번 시작하면 논스톱으로 30분은 이어지게
렉처를 하는 정녕 교수 체질인 이모부가 내게 한 말 중
10년 동안 뇌리에 깊숙히 박힌 말이 있다.

"남이 나에게 해서 싫은 일은 너도 하지 말아라"
그것은 그가 나에게 배려라는 것을 가르치기 위한 statement 였다.

철저한 실천이 쉽지는 않았지만 저 말을 늘 의식하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리고는 어느 순간 작지 않은 절망을 느꼈다.
나와 내가 만난 남들의 "허용할 수 있는 경계선"의 기준이 너무나도 달랐던 것이다.
그것도 골치 아프게 시리, 내가 더 수용적이고 광범위 했다.

어쩌면 그걸 깨달은 이후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쿨 하다고 믿기 시작하고, 쿨 한 사람으로써 살아가야한다고 다짐한 건.

나는 괜찮지만 남들은 괜찮지 않을 수 있으니까 이라는 틀을 늘 갖다댐으로 인해
나도 모르는 새 내가 아닌 남들을 소심하고 속 좁은 찌질이로 만들어놓았는지도 몰라.
여튼 나는 나의 우월함을 과시 하고 싶었고, 스스로 되내이고 싶었다.

근데 그보다는 세상을 몇년 더 살아보니 세상에는 내가 실감한 것 이상으로
둔감하고 무신경하고 일명 속 편하고 맘 넓은 사람들이 생각 외로 많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10대때 내가 느낀 절망과는 많이 다르면서도 그 아찔함은 비슷한
허무라는 느낌을 가져다 준다.

그럼 도대체 남들의 눈치를 살피고 그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들을 거슬리게 하지 않기 위한 방법을 터득하며 살아온
나의 평생에 반, 하지만 평생에 가까운 인생과 훈련은 뭐가 되는거지.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알아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덕분에 나는 남들의 몇백배는 잡생각이 늘어 단순하게 사는 방법을 잃어버렸다.
"너는 너무 복잡해" 라는 말을 얼마나 지겹게 들어왔던가.
물론 내가 아는 가장 단순한 사람 BEST3에 드는 사람의 말이라 상대적이긴 하지만..

진짜 왜 이런 쓰잘데기 없는 능력이라 부르고 싶지도 않은 특기를 주신걸까.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


4.
드라마 산부인과를 보기 시작했다.
너무 재미있는데 가슴 졸이게 만드는 장면이 너무 많아
보는 동안 많은 시간 내가 발을 동동 거리고 있음을 깨닫고는
괜시리 웃음이 났다.

우는 것에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수 있지만
기본 적으로 체력소모를 동반한다.
그것도 엄청난 감정 발산과 함께..

그렇기에 슬픈 일은 가능한 한 피하고 싶다.
난 그렇지 않아도 성향적으로 위험하니까.

그런 맥락에서 새삼, 나를 건강히 낳아주신 부모님이 감사하다.
그리고 나도 건강하고 싶다.
그 분들의 건강도 기원하며.


5.
하루, 이틀 늦었지만 만나지도 못하는 아빠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날린다.
이 곳에는 (적어도 아직은) 엄마가 오지 않기 때문에 더 맘껏 놀 수 있다.

누가 뭐라해도 당신은 나의 아버지이며 영원한 영웅이다.
당신이 그 어떤 죄를 지었어도 그 사실은 변하지는 않는다.
(아니, 웬만하면 변하지 않을 거다..)
주님이 당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에 변함이 없듯이.

추권사님께서 2년전에 해주신 그 격려의 말을 반복해본다.
나는 어쩌면 지금 이 세상에서 그 사람을 가장 사랑하는 존재 일 수 있으니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아직 고작 12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요셉의 13년을 목표로 해왔지만 아무래도 그의 고난은 더 길어질 것 같으니
나도 더 긴 싸움을 위해 철저히 재장전을 해야겠다.


6.
그러니 싸우자 1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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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에 너무 늦게 자서... 오늘 교회 예배가 취소 된 걸 알아서...
정말 몇달만에 오후가 되서야 일어났다.

사실 8시 반쯤에 알람소리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
눈비비며 메일체크-페이스북 게임 상태 확인을 하고 다시 잤다.

일어나고 나서 또 이런저런 글들을 보는데 문뜩 생각나는 말이 있었다.
이번 학기 초에 지난 학기를 되돌아보며 간사 self-review 라는 것을 했는데
거기에 우리 성경공부 지역 대표간사님께서 커멘트를 날려주셨던 말..
참고로 context는 이러하다.

"학기 말이 될수록 묵상의 질과 양이 낮아져, 표면상으로 밖에 묵상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적용부분에 있어 나는 왜 이렇게 살지 못하는가.
어째서 이 말이 내 삶을 바꾸지 못하는가- 라는 자책만 반복했다"
내가 이런식으로 쓴 글에 

 책이 가장 쉬운 적용  하나이지요. 준비가   상태에서 적용을 하려고 하다기 보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알려는 노력을  하시기 바랍니. 알고 충분히 이해하기 전까지는 적용은 힘이 들지요. 알고 깨달은  하나만 가지고도 흥분할  있답니다. ^^ 

라고 돌아왔다.


나는 내가 자아비판을 많이 하는 성격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나의 전 일기들을 들여다보니 그렇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마치 내가 "know thyself"를 잘 실천하고 있는
철학가, 겸손한 사람, 고결한 어른 이 된 것 마냥 생각을 하고 있던 것 같다.

그치만 요 최근 몇년간의 나를 뒤돌아보면 너무나도 모순적이란 말이다.
stoic하고 나 자신에게 엄격할때에는 그러하지만...
막상 예를 들어보라 라고 하면 떠오르기는 커녕
내 자신에게 관대하고 죄를 허용했던 순간들만 무수히 스친다.

지도 그랬으면서.. 요새는 자아비판만 끊임없이 하는 남들을 보면 짜증부터 난다.
그들의 나약한 태도가 거슬려서이기도 할테지만
죄를 죄라 실감하는 민감성과, 겸손이라 부를 수 있을 이 미덕을
잃어버린 내가 느끼는 질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요점은 자아비판은 고결한 어른이 할 수 있는 수준 높은 거- 는 아니라는거. 
물론 자아비판에도 수준과 레벨이 존재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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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부자

from hur cosmos 2010. 2. 7. 16:53

새 집을 또 만들었다.
사실 요 첫글을 다 썼는데 인터넷 연결 문제로 첫글부터 날렸다.
위에 계속 뜨는 임시저장 중의 기능을 의심하게 만드네..

12시엔 자려고 했는데 (참고로 지금은 새벽 3시가 다 되가고 있..)
내가 참 좋아하는 사람들, 혹은 인간적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내지 그 사람들이 속한 단체..와 그 인물들ㅋㅋ 블로그를 발견해버려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곧 자겠다는 지인 보고 그 지인 또한 사용하고 있는 티스토리의
초대장을 날리라며 재촉을 하고 드디어 여기까지.


나는 이미 여러 집에서 내 쓰고싶은 글들과 생각들을 나열해왔다지만
이곳에서는 cy에서처럼 있어보이는 척 하지 않는,
그치만 있어보이게 할 수 있는 잠재력을 맘껏 발휘하는
그런 공간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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