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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야, 그리고 첫사랑 2010.07.02
  2. from Julia 2010.06.25
  3. 인생의 선배 2010.06.17
  4. ignorance is not a bliss 2010.06.16
  5. 고마워요 닥터케이 1 2010.06.08
  6. 기쁜 날의 푸념 2010.05.15
  7. 1 2010.05.03
  8. 좋아하는 구절 2010.04.23
  9. 巣立ち 1 2010.04.22
  10. 인생의 악역 2010.04.13

비야, 그리고 첫사랑

from hur cosmos 2010. 7. 2. 11:54


다비드 비야 (산체스).

나는 그로 인해 이번 월드컵 동안 내 마음이 닿는 한은
열렬히 스페인을 응원할 것이고
얼마전에는 그로 인해 꾸레가 될 것을 선언했다.
(비야를 향한 집중편애가 심할 뿐인지 다른 선수들도 나름 잘 보고있다.
토레스는 말할 것도 없고, 이니에스타랑 푸욜의 머리가 너무 좋다..    응?)

유럽축구는 보지도 않았던 내가
박지성의 경기도 챙겨보지 않던 내가
라리가를 시작하겠다니 얼마나 덕후 영역을 넓히겠단 소린지.

여튼 월드컵 시작하고 20%의 경기는 집중하여 관람했고,
65%의 경기는 보고, 15%는 보지 않았다고 했을때....
그래도 총 경기의 85% 정도는 눈을 갖다대기라도 한 것인데
스페인전 경기는 네번중 고작 두번밖에 보지 못했다.

여튼 이놈의 월드컵때문에 나의 페이스북은 정말 영락없는
축구 오타쿠+폐인+히키코모리+빠순이의 냄세가 지배하고 있다.
(그 중 토이 스토리와 관련된 얘기를 뜨게 하느냐 고생했다)

사건(?)이라기보다 지금 이 글을 쓰게 만들고 있는 계기는
그런 나의 페이스북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16강전이 끝난 직후
내가 쓴 글과, 거기 달린 하나의 리플로 인해 시작됐다.

경기가 끝나고나서 나는 페이스북 wall(담벼락)에

Villa! El guaje!! MOM!!!

라고 쓴 글에...  나와 꽤나 가깝지만 가깝다고 하고 싶지 않은
인연이라면 인연이고 가능하다면 악연이라 부르고 싶은
아마 고등학교때 만난 게 아니라면 친구는 절대 되지 못했을 것 같은 A가 
리플을 달기를...

비야보면 OO 생각나는 건 나뿐인가.

이 리플이 문제가 되는 것은 다름아닌, OO가 나의 첫사랑이라는 점에 있다.
그것도.. 시간이 지난 지금은 상황도 많이 바뀌고, 알려짐에 대한 저항도 덜 하지만
좋아하던 당시, 내가 그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던 사람은 극소수일정도로
내 맘 속 깊숙한, 나름의 은밀한 비밀이었던 것이다.

잠깐 여기서. 
나에게는 첫사랑의 종류가 대략 서너가지 정도가 된다.
1. 초딩때 처음으로 좋아한다는 감정과 표현을 품게 한 인물.
2. 사춘기 시절 처음으로 고백하고싶어질 정도로 좋아하게 된 인물.
3. 고등학교 시절의 나의 감정을 90% 이상 쏟게 만든 인물.
4. 그리고 진짜, 진짜 정말로 the 사랑 이라고 여긴/여길 인물.

남자에게 첫사랑은 영원히 한명이며, 절대 바뀌지 않으며, 잊지도 못할 인물이라 하였던가..
그에 비해 여자에게는 마지막 사랑이 첫사랑이라 누군가가 했던 말이 생각이 난다.

뭐 여튼간 본문에 들어가서, 페이스북에서 언급된 OO이라는 인물은 네가지 항목중 3번에 해당하는 인물.
오랜만에 그 이름을 상기하고 언급을 당하니 당황한 나는..
(이건 또 딴 얘기지만 하필 A가 내 앞에서 OO 얘기를 한다는 것은 내게 엄청난 감정 소모를 동반하게 된다) 
침묵을 지키고 싶은 마음과 도대체 어디가??? 라고 질문하고 싶은 두 마음이 생겼다.

사실 실제로 비야와 OO가 어디가 닮았다는 건지 알 수도 없었고...
내가 실컨 페이스북에서 비야를 찬송하고 애정표현을 한 직후에 OO와 닮았다는 그 말에
대놓고 긍정할 수 도 없던 사실이니 이건 뭐 영...ㅡㅡ;;

여튼 그래도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나는 소심하게 버럭쳤다. 

이 아저씬 또 무슨 헛소리여...당췌 으디가!!!!

근데 거기에 달려온 A의 답글...

그냥 키도 그렇고 스타일도 그렇고 얼굴도 그렇고비슷비슷한데 축구스타일도

WHAT THE HECK??????????????
이것이 실시간 나의 마음의 소리이자 즉각 반응이였다.
'그래 뭐 키가 작은 건 비슷하지...축구에선 공격인것도....
근데 그게 닮았다 라고 말할 정도의 공통점이던가?'
그리고는 더 이상 묻는 건 쪽팔리단 생각에 관뒀다.
그치만 비야와 OO가 닮았단 말은 그 이후 내 머리를 지배하고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비야로 바꿀 맘으로 있던 것 까지 머뭇거리게 만들고있다. 컹..ㅠㅠ

여튼 딱히 긍정을 할 수도, 부정을 할 수도 없는 저 짤막한 리플 하나로
경기가 없던 이틀 동안 나는 더욱 열심히 비야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정신 건강을 위해 들어가지 않으려 노력하는 디씨까지 (유럽축구페이지) 들어가버렸고
비야가 너무 바보같으면서도 자꾸 애정이 치솟는걸 보니
"중증이다... 콩깍지다..." 혼잣말 하며 한숨 쉬고 있는 중이다.

부디 바르샤 가서 묻히지 않고 잘 하기를 바란다.
월드컵에서 미리 꽤나 많은 팀원들과 연습도 했으니 말이다 ㅋㅋㅋㅋ

그리고 본인의 존재와 근황을 같은 학교 출신인 우리에게 알리지 않고 
신비주의로 살아가고 있는 OO와 그의 남동생 ㅇㅅ♥ 도 건강히 잘 지내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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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Julia

from hur cosmos 2010. 6. 25. 04:11
전략.

You have to believe in God, Soo.
But you have to pray and do the best you can,
because you can't expect Him to magically give you something when you have not asked for it or done your best to get it.

중략.

Call me or email me or visit me whenever you feel like talking about anything and everything, dear.
I will be wide open 24/7 for you! Like your hotline!
Now stop watching that Worldcup and do some job search!

From NYC,
Julia
.
.
.
.
Ouch unni xP ㅋㅋㅋ
나의 이번 뉴욕 방문기의 하이라이트 JK언니와의 디저트.
고작 2시간 함께 있었지만 that meant a LOT to me.

방금 날라온 이메일의 마지막 줄에 지금은 순종할 수 없음이
(일본 오늘 경기 촘 대박인듯!)
쬐끔 찔리지만... 히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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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선배

from hur cosmos 2010. 6. 17. 13:34

오늘은 종일 일진이 좋지 않았다.
일어나자마자 관람한 스페인 vs 스위스 경기는
스페인의 역사적으로도 굴욕적인 패배로 끝나버렸고
이후 집을 알아보고, 사람들과 연락하는 과정에서
나는 엄청나게 많이 짜증과 답답함이 밀려와있던 상태였다.

그렇게 늘어질 때로 늘어진 채로
나는 티셔츠+카고반바지+안경+캡 패션의 
두 대학원(졸업)생 오라버니들과의 저녁약속에 끼었다.

즐겁게 식사도 하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난 후
성경공부 모임 내에서 해야되는 peer review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K오라버니와 단 둘이 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치만 역시나 감정적으로 날이 날이니 만큼.. 
나는 제3자들이 보면 오해할만한 그림을 만들어내고말았다. 
울어버림으로 인하여. (ㅜㅜㅜㅜㅜㅜ)

여튼, 이 분을 나 개인적으로 형용하자면 "도 튼 사람" 내지 어른 이었다.
내 주변에야 이 분보다 나이 많은 사람, 나보다 윗 세대를 사신 분들,
혹은 그냥 사회적으로 보았을때 어른 인 사람들 투성이다만
유독 나는 저 어른이라는 단어를 이 사람을 향하여 쓰곤 한다.

뭔가 한걸음 뒤에 서서 많은 것을 수용하는 넓은 아량,
여러 상황과 여러 사람들을 슬기롭게 상대하는 센스,
배려와 매너, 적당히 삼가는 듯한 것이 몸에 밴 듯한 행동들.
장난기는 또 어찌나 많으신지 11년이라는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나라는 어린 꼬맹이의 좋은 놀림감이 자주 되시기도 했지만,  
나는 그런 그 분 뒤의 스며들어있는 그의 진지함과 성숙함을 많이 동경했다.

그런 K오라버니와 꽤 가까이 지내고 자주 보고 지내긴 했으나
둘이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이번 학기가 처음이고 오늘이 두번 째였다.
그러다 오늘,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몇배는 더 희안찬란하고 격동이 심한 그의 인생에 대해 들었다.
그리고 내가 받은 그의 인상들은 역시나 그의 풍부한 경험들에 근거했군 싶었다.

내가 실제로 "도가 튼 사람"이란 인상을 늘 지니고 있었다 고백하며 시작된 화제 끝에 그는,
"아마 내 나이에 안맞는 희노애락을 많이 겪어서 그럴거야" 라고 겸손히 대답해주었다.

더더군다나 "수진아 너는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우리 둘은 감정의 코드가 비슷한 것 같아"
라며 식사중에 스처지나가듯 하신 말에 공감을 표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겪어온 사건들 하나하나가 다 비슷할 순 없겠지만
어느 상황에 맞닥뜨렸을때 돌아가는 머리의 회전방식, 즉 사고방식이 꽤나 비슷한 듯 했다.

오늘 나는 대화 아닌 대화는 이틀에 걸처 바닥나버렸던 나의 기운과 자신감이 꽤 회복됐다.
성의없고, 그저 화제와 상황을 바꾸기 위한 위로나 격려의 말을 몹시 혐오하는 나지만
오늘 어제는 그 어떤 위로라도 받고싶었을 그런 상태에서 받은
진솔 플러스 한 언변 하시는 분의 격려는 몹시나 힘이 있었고, 따듯하고, 아렸다.

오빠가 아저씨여서 다행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전 분명히 반해버렸을테고, 이 나쁜 남자로 인해 후엔 눈물을 흘리게 됐을 거에요ㅋㅋ
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집으로 향해 돌아가던 중...
반짝거리는 반딧불이와 맞닥뜨려 순간 걸음을 주춤했다.
그러고나서 몇초 있다가 멀리서 매미 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축축하고 눅눅하고 찝찝한 공기를 들이키며 하늘을 처다보니,
저물어가는 하늘 위에 너무 예쁜 초승달이 떠있었다.

DC의 여름은 작년보다 쪼금 외롭지만 여전히 어딘가 굉장히 포근하고 굳건하다.


오라버니의 이곳에서 보낼 처음(?)이자 마지막(?) 여름이
뒤돌아봤을때 참 괜찮았다- 라 말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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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orance is not a bliss

from hur cosmos 2010. 6. 16. 08:25

내가 참 좋아하는 일본어 교수와 오랜만에 얘기를 나눴다.
드라마 얘기부터 시작해서 사생활까지 꽤나 넓은 분야로 수다를 떨곤 해
이분과 보내는 시간은 참 즐겁고 유익하고 시간이 후딱 날라가게 한다.

그치만 무엇보다 이 사람과 마주앉을 때마다 보게 되는
그의 교수직 내공과 프로 의식, 그리고 현실적인 분석 능력과 정직함은
스승과 제자를 관계를 떠나서, 인간으로써의 존경심을 품게 한다.

그런 사람과 오늘 고작 한두시간 대화를 나눈 것이
오랜만에 나 자신을 직면하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만......

나의 4년의 대학생활은, 안타깝게도 후회와 미련 투성이여서
떠올리면 밀려오는 회의감으로 괴로워지기때문에
가능하면 긍정적으로... 아니 가능하면 상기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렇지만 당장 능력과 기술이 필요한데
내가 지닌 건 아무것도 없어서 절망스럽고
그 책임은 자연스레 내가 허비해버린 시간으로 옮겨진다.

나는 겸손하지 못했고, 겁이 나 도전하지 못했고, 그 무엇보다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그 뒤에 어떠한 타당한 이유가 버티고 있었던 간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라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크나큰 죄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당시에, 죄를 죄인줄 모르고 지었을지언정
그 죄의 대가는 결코 나를 비켜가지 않는다.

나도 모르는 새 지었던 수많은 죄의 대가가 
이렇게 한거번에 나를 덮치고있는데
'살아남는 것 만으로도 벅찼다' 라는 말 외에는
내게 호소할 길이 없는 것이 참 아니꼽다.

이래서 결국 모르는 건 죄라는 거다.

적어도 내가 살아온 이 짧은 인생길에
모르는 것이 내게 약이 된 적 따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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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닥터케이

from hur cosmos 2010. 6. 8. 06:59

요즘 참 많이 메마른 생활을 하고 있던지라
자극.. inspiration과 motivation이 절실히 필요하다 생각했던 내게
단비와도 같은 존재가 스쳐지나갔다.

밖에서 대놓고 하기에는 저항이 있는 이야기지만
그 분으로 인해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유부남을 향한 가슴 두근거림을 배웠다.

그리고 난 마치 오래된 첫사랑을 만나듯이
오랜만에 만난 그 존재 앞에서 어김없이 두근거려..버렸다.

내가 과장과 농담을 가미하여 조금 위험해보이는 발언으로 포장한 적도 없지는 않지만
이것은 불순한 의도는 0.000001%도 포함되어있지 않은 한 인간을 향한 순수한 동경과 존경심이다.
단지 그것을 형용화했을때 가장 먼저 나올 표현은 "멋있다"가 되는 것 뿐.

그리고 두근거리다의 증거는.............
괜시리 예쁘게 보이고 싶고, 주위를 맴돌고싶어지고, 얘기를 나눠보고싶어지기때문이다.
써놓고 보니 이것은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소녀의 모습인데...? 하하하

그런 존재와 나누게 된 고작 몇마디 되지도 않는 대화는
어제 들은 설교의 몇배는 깊숙히 내 가슴에 들어와 꽤나 활기찬 원동력으로 승화했다.
그 결과로 고작 24시간 정도이지만 꽤나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 하하핳

말이라는 것은 받는 이의 태도가 더없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내게는 여전히 (라고 할 정도로 많은 교류를 나눠본 건 아니지만)
말 한마디로 꽤나 큰 영향을 끼치는 존재구나 새삼 깨달았다.

고맙습니다. 직접 이런 말을 전할 날은 웬만하면 오지 않을 것 같지만.



PS.
"결혼한 남자가 괜찮은 이유는 결혼 후 아내로 인하여 다듬어지기때문이다."
라는 말을 듣고 SK양에게 이 말을 해줬더니 돌아온 대답... 
"그럼 결혼한 남자를 뺏으려는 여자는 힘든 일을 건너뛰고 편한 길을 택하려는 나쁜년이네?"

그것이 편한 길이 아닐지라도 나쁜년은 맞을테지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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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날의 푸념

from hur cosmos 2010. 5. 15. 13:52

기다리고 기다리던(?) 졸업식 날이었다.
전체 Commencement는 주일에 있기는 하나 
호명이 되는 과별 졸업식이었으므로 사실 개인적인 의미를 두기에 더 좋은 날.
하루종일 scattered t-storm일거라는 예보와는 달리
다행히도 낮에는 계속 날이 쨍쨍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평상시에 사진 같이 찍을 일이 없는, etc 스러운
친구들과 함께 이 기회다 사진도 많이 찍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guest 몇 덕에 정말 기쁜 날이었다.

그러나 아까 낮에까지만 해도 덜 느꼈던 회의가 밤이 되니 밀려온다.

4년전 치룬 고등학교 졸업식에 비해 기쁘지 못할 이유는 수두룩 하다.
가장 뻔한 것은 그 때는 "대학"이라는 뚜렷한 next stop이 확정되어있었으나
지금은 당장 다음 역이 어디가 될지 알 수 없는, 한마디로 취업의 불안의 존재.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서로 함께 졸업을 축하하고 싶은 사람들이, 꼭 같은 학년 같은 과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특히나 우리 학년 우리과에 한국사람이 많지 않았던 가운데 나를 포함 세명이 함께 참석했는데
그 중 하나가 정말 말같지 않은 이유로 사이가 좀 틀어진 후,
표면상으로는 덜 그럴 수 있으나 무지무지무지 어색하고 불편한 사람이라...
아 정말 정신적 소모가 장난 아니었다.

내 대학생활 4년을 뒤돌아보며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내가 살어온 길에 미흡한 점은 있으나 후회는 없다" 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음 좋으련만
후회 실수 미련 투성이라 참 괴롭다.
물론 내 마음이 아직 완전히 포기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 대신
나는 가장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고, 소수의 바꿀 수 없는 인연들을 만났다.
단지 그런 식으로 인위적으로 정당화를 하며 내 자신을 위로해야되는 것이 
너무 괴로워서 그렇지.. 반복해야하기도 하고.

두번째 푸념은 바로 내일 있을 S언니와 Y오빠의 결혼식이다.
작년 J언니 결혼식을 시작으로 교회에서 올리는 결혼식 준비를 여러번 도와봤지만
리허설/디너까지 참석하게 된 건 처음이라 사실 많이 떨렸다.

근데.. 두번 정도 반복되는 리.허.설 임에도 불과하고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아 좀 그랬다.

정말 요만큼의 빈말도 없이 내가 너무 축복하는 커플이고 사랑하는 사람 둘
아 이제 정말 드ㅡ디어 결혼을 해주는구나! 싶은 쌍임에도 불과하고
마치 친언니 시집 보내는 것 같은 섭섭함이 엄습한다.

그리고 사실 결혼식에 갈때마다 감상적이 되버리는 것은
다름 아닌, 나의 "친 부모님"을 떠올리게 되서 인 것 같다.

내일은 웬만하면 울고싶지 않은데...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이렇게 기쁜 경사가 겹겹이 일어나고 있으나
나는 계속 푸념질이다.


PS.
손글씨로 일기에 쓰고싶었으나 도저히 쓸 힘이 안남아
이렇게라도 꼭 기록해야될 정도의 일 하나.

정말 말하는 목소리 만으로 이렇게 두근거리게 만드는 사람이 있을줄이야 =ㅁ=
보통은 목소리에 다른 요소들이 더해져서 가슴이 뛰기 마련인데...
(물론 어쩌면 내가 자각하지 못하는 다른 요소가 있을 수도 있지만)

목소리만으로도 나긋나긋해서 나도 모르게 눈을 감게 되는데 (변태같지만)
어째서 말끝마다 fade out이 들어가는거지?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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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hur cosmos 2010. 5. 3. 10:48

나는 사실 글 쓰는 것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대화하는 상대에 따라 그 표현과 강도를 바꾸기는 하겠다만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과제와 논문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과는
그닥 상관이 없다. 아니 사실 전혀 무관하다고 해도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는 학구적인 것하고는 멀고도 먼
자기만족이라는 이유에 90% 이상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10% 이하는 과시욕이다, to be honest...ㅎㅎ

조금 더 파고들어보자면 나는 표면상에 들어나는 사실들에 대해 쓰는 건 관심 없다.
즉 역사속에서 수없이 반복된 사건들을 바탕으로 세운 "공식"과 "이론"이라는
렌즈로 사물을 바라보아 재해석하고, 새로운 추측으로까지 이어나가는 짓....
에는 그닥 관심이 없다.

다른 분야에서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공부한 정치 분야에서 요구하는 글 쓰기는 그런 형식을 띄운다.

내가 가장 글을 쓰고싶어지는 순간을 두가지로 나눈다면 그것은
1. 무언가를 감상한 직 후
2. 어느 고조된 감정을 느낀 직후 이다.
다른 말로 말해 감상문과 일기 라고 할 수도 있겠다.

보면 나는 사람 속에서 배회하는 추상적인 개념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형체 없는 것들을 형용해내는데서 묘한 쾌감을 느끼곤 한다.

(그런 맥락에서 내가 인도하는 성경공부는 내게 오락과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것 같다.
말씀이란 logos를 우리가 알아먹을 수 있는 언어라는 도구로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과하고 워낙에 추상적인지라, 그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형체없는 것을 만지려는 우리의 발버둥이 필수적이다. 
내가 그렇게 묵상하고 삶으로 경험하려는 말씀을 재-형용하는 건 매우 어렵지만 재미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오락이라 표현했다고 해서 결코 그것을 주 목적으로 두어 하는 것은 아니다. 네버)

하지만 그러기 위한 표현력과 어휘력이 턱없이 부족하기에
나는 말을 억지로 꾸며야하고, 그 결과 아주 쪼금 있어보일 수는 있으나
독해하기 쉽지만은 않은 문장들만 탄생하곤 한다.

대학 학부 마지막 학기를 [일본]문학 수업으로 마감했는데 그 덕에
나의 문학을 향한 숨겨진 욕망같은 것이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읽는 것을 좋아한다 쳐도 꽤나 편식을 하는지라 그리 당당히 말하기 부끄럽지만
그래도 기회가 되었더라면 순수하게 문학을 공부해보고싶었을텐데 싶기도 하다.
물론 이건 나의 커리어를 위해 하는 말은 아니기때문에 앞으로라도 할 수 있을거라 믿고싶지만.

비록 수업을 딱 하나만 수강하며 학기 내내 날라리 학생, 혹은 반 학생 반 백조의 생활을 했고
기말고사 기간임에도 불과하고 긴장감이 눈꼽만큼도 없이 편하게 지내고는 있지만...
소설(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의 장르이다)을 읽고싶은 욕구가 솟는 건 나의 전형적 학기말 증세이다.

드디어 1Q84를 읽기 시작했다. 두근거려.
그리고 글을 더 잘 쓰고싶다. 간결하지만 있어보이는 그런 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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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구절

from hur cosmos 2010. 4. 23. 00:08

이번 주 묵상하고 있는 요일3장에는
내가 좋아하여 성경에 밑줄까지 그어져있는 구절이 있다.

내가 밑줄 칠 만큼 좋아한다는 것은
분명히 그 말씀과 얽힌 사연, 혹은 나름의 깨다름이 있었다는 뜻인데
보통은 좋아하는 구절, 사건이 나오는 장이면
묵상과 금요일 저녁에 흥분되기 마련인데
이번 한주는 벌써부터 두렵고, 되려 묵상하는데 애를 더 먹고있다.

아무래도 그 말씀대로의 삶을 실천하지 않고 있어서- 이겠지만.

근데 이렇게 들여다보기 싫을 정도니 이거 심각한거 아닌가?
흑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요한할배의 인생의 깨달음은 아직 쫌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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巣立ち

from hur cosmos 2010. 4. 22. 14:46

봄이다.

아시아 문화권에서 자랐고, 그 영역은 내가 어딜 가도 따라오기에
봄이라는 계절은 늘 만남과 이별이 동행하는 시기이다.
그것은 어쩜 내가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16년전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어김없이 이번 봄에도 그러한 이별은 찾아왔고, 계속 찾아오고 있다.

여러 말과 표현, 형용사들이 너무나도 많이 떠오르지만
긴말할 것 없이 이곳과 저곳에서의 삶을, 
특히 신앙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면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알 거다.

그러니 그 생각만 하기에도 막막한 말에 덧붙일 위로는 생략한다.
단지 그 앞길에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매 순간 임하여달라고
우리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도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 순간에도 나는, 언젠가는 내가 처할 수도 있는 그 입장에
내 자신을 바꿔놓아 보고는 시뮬레이션 하기에 바쁘다.

또 한숨이 나온다.
나는 아직도 이렇게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강모간사님께서 떠나가는 자매님들에게 향하여 
우리 있는 이곳을 신앙의 친정이라 부르셨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내게도 신앙의 친정이라 부를 수 있는 이 곳을
대성통곡 하지 않고 떠날 자신이 눈꼽만큼도 없다. 적어도 지금은...
이런 연습마저 미리 해야되는 것일까.

눈물나게 아름다운 봄은 
참 아찔할 정도로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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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악역

from hur cosmos 2010. 4. 13. 00:49

아침부터 그닥 유쾌하지 않는 전화를 받고
그 짧은 대화는 현재 나의 심기를 엄청나게 불편케 하고있다.

만약 선(good)과 악(evil)이, 스케일로 나타나는 것이라면
그 사람은 일명, 나의 the extreme evil side of scale 을
정말 아무 필터링과 제어 장치 없이 발휘하게 하는 존재이다.

사람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데에는 사실 엄청난 에너지 소모가 있다.
거기에 내가 좋아하지 않는 내 모습이 팡팡팡 터져버리니
그닥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인 건, 뭐 말할 것도 없다 생각한다.

뭐 오간 대화가 짜증이 나는 이유는,
분명 나에게도 잘못이 있었고 하필 그 잘못을 지적해준 사람이
내가 조금/자주/많이 하찮게 여기는 상대였다라는 사실이
엄청 자존심을 상하게 해서 일거다.

친구랑 이런 얘기를 자주 하곤 한다.
우리 모두 인생의 악역이 필요한 법이라고.
유치하긴 하지만 나의 인생 속에서 두루두루 탓하고
욕할 사람 하나 있으면 참 편한 것이라고.

근데 참, 세상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나에게 못되게 군 사람이 굳이 
내 인생의 악역이 되지는 않는 현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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