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느 투어회사 패키지로 여행을 떠났다. 부모님들은 패키치 스케줄대로 3박4일을 지내시고, 나와 피앙세 그리고 도련님은 며칠을 추가하고 거기다가 피앙세는 미국발로 합류를 해야했으니 하여튼 예약하기가 복잡한 여행이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울 엄마가 담당했지만 >_<-*


우리 팀을 안내해주시던 가이드 아주머니가 참 재미있고 센스있는 분이셨는데, 처음 인천에서 출발한 6명을 보며, 분명히 이 두 가정이 한 예약을 했는데.. 뭔가 서먹서먹해보이기는 하고.. 게다가 중간에 합류하는 인간이 있고... 도대체 두 집 관계가 어떻게 되냐 궁금해하셨는데, 피앙세가 조인한 순간 아 사돈사이구나 라고 알아맞히셨다. 상견례도 치루지 않은 예비 사돈이었으나 뻔한 추측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래도 대단하다 란 생각이 들었다ㅋ


여튼 그렇게 몸도 마음도 긴장되던 첫날을 보내고, 정식으로 상견례 식사자리를 갖기로 한 자유여행날을 맞이했다. 


낮에는 호텔 근처 우에노를 둘러보고, 간간히 드럭스토어와 할인점ㅋ에서 쇼핑을 하고, 나중에는 긴자도 한번 찍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일본 동경에 내 고향이 두곳 있다면 그중 하나는 단연 부모님들이 생계를 이어나가시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신 우에노인데, 어쩜 이리도 변한 것이 없을까 경이로웠다.


↓호텔 근처 할인점에서 본 우유와 달다구리들. 

 


아메요코, 그 재래 시장 안에서 팔리는 꼬치 과일의 가격, 전철 역 풍경, 나의 놀이터와 같던 우에노 경성역 앞 장난감 가게. 아 물론, 건물들이 바뀐 부분 또한 많았다. 우에노 경성역 옆에 낡은 극장가가 있었던 것 같은데 (거기서 난 종종 세일러문 극장판을 보았던 것 같다) 거기도 식당가로 바뀌었고.


↓고가도로 아래 위치한 시장 아메요코와 그 입구

  


Le Cafe Doutor이라는 곳에서 본 긴자4초메 사거리. 대각선에 미츠코시 백화점이 보인다. 

긴자 가기 전에 들른 할인점의 비닐봉지 들고 고가 백화점 들어가 X팔리다며 웃던 엄마.

(TJ Maxx, Marshall 봉지 들고 니만마커스 들어간 느낌이었으려나..)



여유롭게 흘러간 일정과는 달리 내 속은 사실 썩어 문들어질 정도로 화가 나있었는데 그것은 우리 엄마의 대책없음. 설 연휴 중이었던지라 호텔 바로 근처 동네에는 연 식당이 전혀 없었고, 격식을 차릴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럴싸한 식당을 찾는게 쉽지 않은 시기인데 엄마가 너무 태평해보이는 거다. 말이 태평이지 하나도 준비외어 있지 않아 마음이 조급해진 나.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왜 내가 조금 더 도와드리지 못했나 싶기도 하지만 이번 여행의 주도권을 엄마에게 다 맡긴지라, 돕지도 않으면서 혼자 불안해하고 역정내던 상황-_-; 


외출을 끝내고 저녁까지 시간이 남아 우리 모두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 사이 엄마께서는 또다시 우에노 시내로 다녀와 문 연 식당을 찾아나셨더라. 호텔이 우에노 바로 근처이기는 하나 전철도 역 하나는 가거나 걸어서 2,30분은 걸리는 거리였는데. 뒤늦게 죄송하고 감사한 맘을 부여안았다.


근데 너무 웃긴건 그 열었다는 식당이 내가 아는 곳이었다. 들어가본 적은 없는 것으로 기억하나 20년 전에도 존재했던 식당. 그도 그럴것이 그 식당이 있는 골목은... 여전히 여러 술집과 스낵바가 줄비한 저녁에 활기를 띄는 골목인데 그곳이 어린 애가 겁대가리 없이 혼자 이 가게 저 가게 (실상은 분포되어 있는 가족들의 일터)를 누비고 다녔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와서 보니 이 골목 삐끼들은 혼자 걸어댕기는 유~초딩 아이를 보며 뭔 생각이 들었을까 싶지만. 뭐.ㅋ 씁슬하지만 이것이 내가 그리고 우리 부모님이 살아올 수 밖에 없던 환경이고 이젠 추억이닊하.


이미 만 하루를 함께 보냈기에 새삼 상견례라고 불리우는 이 식탁이 조금 우스웠지만, 식 진행에 관해서는 당사자 둘에게 맡기자는 상투적이고 평화로운 결론을 맺으며 밤을 보냈다. 



↓사진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츠케다시가 많이 나와 배 터지게 먹었으나 인당 2000엔 조금 넘었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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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여년의 미국생활 동안 서울과 디씨를 오가며 일본을 경유한 확률은 80%에 달했을 거다. 그러나 내가 마지막으로 일본을 방문 목적으로 다녀온 것이 2004년 여름이니 2013년이 땡하고 시작하자마자 다녀온 일본 여행은 나를 8여년만에 나리타 공항 밖으로 나오게 한 여행이었다. 


그러나 이 여행이 특별했던 것은 일본여행이라는 그럴싸한 딱지 뒤에 붙은 상견례라는 목적. 이유야 거두절미하고 이런 저런 사정과 상황들로 인하여 한국과 미국의 중간지(응?)에 있는 일본에서 가족 대 상봉을 이루게 되었다. 저가로 다녀올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모색하던 중 우리 가족에게는 생전 처음으로 일본 패키지여행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고 일본에 더 머물고 싶었던 난 패키지로 있던 3박4일에 몇 박의 자유여행을 덧붙이고 다녀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인천에서 일본으로 출발하는 날 이례적인 급채+몸살에 걸려 공항에서 비싼 약 사먹고. (그래도 그 사이 면세 주문했던 내 미러리스 카메라를 픽업하고♥♥♥♥) 우리 비행기는 인천->시즈오카 행 OZ126편. 두 시간밖에 안되는 주제에 기내식 나오는 비행편을 너무 오랜만에 경험해서 감격이... 라고 할 것도 없이 밥도 제대로 못먹어 난 병자 행세를 해야하는게 어찌나 서럽던지. (아시아나는 근 15년 이상은 안탔던 것 같다. 혹시 처음인가?!) 일본 도착하자마자 시작된 빡센 스케줄에 틈틈이 껴있는 투어관광용 below average 식사도 손을 못댄 채 첫날을 보냈다. 아무리 빌로우애버리지여도 일본에서의 식사이니 나에게는 기본 B는 받는 식사였을턴데... 


여튼 그래서 첫날 점심 시즈오카에 도착해서 다도 경험, 기모노 입어보기(우리 가족은 쿨하게 패스) 등등의 잡다한 액티비티는 몸의 기운과 어색함을 이기지 못한 나에게 사진 기록으로 남은 것이 없다. 어색할 수 밖에 없던 이유는 이 시점 멤버가: 나, 우리 부모님, 남편 부모님, 남편 남동생. 우리의 패키지는 첫날부터 인천->시즈오카->동경이라는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는데 당시 피앙세이시던 그는 미국발이었기 때문에 혼자 동경에서 중간 합류를 해야했다.


아무리 상견례 여행이라지만 공항에서 양가 부모의 첫만남을 행사할 수 는 없기에 일본 출국 전날 서울에서 따로 봬 인사도 드리고 차 한잔 하는 예비 상견례를 치루기는 했으나.. 한 마디로 나 혼자 어색함과 긴장을 이기지 못해 병까지 나 쩔쩔 매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피앙세가 이토록 보고싶고 걱정되던 적이 있던가. 허허.


더군데나 한국에서 출발해 시즈오카를 걸쳐 관광을 소화한 후 동경에 있는 호텔에 도착하는 우리를, 혼자 미국에서 출발해 언어가 전혀 통하지 않을 나라의 도심 호텔로 혼자 와야했던 그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내가 해외여행 경험이 많지 않아서 그런데 다들 어떻게 다닌다냐요.....) 내가 백번을 반복해도 반신반의하던 충고: "일본 사람들 영어 못해. 우리가 묵는 호텔 애들도 분명 못할거야. 98% 확신해." 실제로 호텔에 도착해보니 직원들이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해 당황을 하긴 했던 모양ㅋ 여튼, 나리타 공항--고속전철 1시간->우에노 시내--도보20분-->호텔이란 동선을 구글맵 street view로 일일이 도보 거리 사진까지 확인하고 무사히 도착한 그에게 경외의 박수를 보냈다.





첫날 호텔에서 상봉하기 전 투어스케줄로 다녀온 모리타워에서 보이는 동경 야경 + 도쿄타워. 사실 이 야경을 같이 즐기지못한단 사실이 속상해서 구경하는데 집중도 못했(던 것 같)다. 오죽하면 하루종일 다니고 첫 사진이 전망대에서였을까! 더군데나 새로 산 카메라 사용법을 모르겠어서 정말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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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long, dear sis!

from hur cosmos 2013. 7. 20. 05:00



아끼는 후배 동생이 5년간의 미국 생활을 뒤로 하고 얼마전에 귀국했다.

학교의 과 직속후배이기도 하지만, 내가 인도하던 성경공부 그룹의 원년멤버이기도 했던 친구와의 이별이라 그런지, 더 감정적이 될 것 같....아서, 그것을 애써 억누르려고 평상시의 몇배는 노력했던 것 같다.

이제는 종종 쿨한척 이별에 익숙해진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별은...이라는 cliche가 마음에 되새겨진다.

훗날 이 친구가 디씨에서의 대학생활과 신앙생활,

이곳에 만난 사람들과 보낸 그 청춘의 시기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지 참 궁금하다.


아직은 손이 많은 가는 동생인데.. (그래봤자 나하고의 나이차는 고작 한살 -_-;;)

한국에서 어떻게 성인으로써의 삶을 씩씩하게 꾸려나갈지 걱정되는 걸 보니.. '동생'이라는게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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