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기력한 아침

from hur cosmos 2011. 10. 27. 23:46
10월 26일 화요일

10:05 AM me: 하하
  그래..
10:06 AM 나 일하러 돌아가야겠어
  너무 힘들다 회사..ㅜ
 Stephanie: ㅜㅜ
  나도 오늘 실험실에서 울뻔해써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흑흑
10:07 AM me: 헉
 Stephanie: 넘도 힘내 ㅜㅜ
 me: 응 ㅠㅠㅠ
 Stephanie: ㅜㅜㅜㅜㅜ
 me: 굳세어라 직딩이여 ㅠㅠㅠ
 Stephanie: 웈...ㅜㅜ
  굳세어라 직딩이여 ㅜㅜ
  팟팅!!!!
 me: 빠이! 굳밤


---
라며 채팅을 끝냈지만.. 일이 너무 하기 싫고 무기력해서 다시 돌아와서 말을 걸었다.
---


10:15 AM me: 미혜님
  힘나는 말 한마디만
  부탁해요
10:16 AM Stephanie: 지금 일하면 미래의 배우자 연봉이 3천마넌 오를꺼야
 me: 그건 아닐 것 같아서 눙물이 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tephanie: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e: 내가 3천마넌 버는게 더 빠를 듯
 Stephanie: 빨리 세뇌시키고 일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래의 배우자한테 왤케 믿음이 없엌ㅋㅋㅋㅋㅋㅋㅋㅋ
  경쟁하지 말고 순순히 그렇다고 생각해
 me: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요 몇마디 대화로, 진짜로 힘을 어더 일을 좀 열심히 했다는 후문.

,


지난 주말 델라웨어와 DC의 나름 중간되는 엘리캇시티에서 
슼코 JJ 7/8지역 post-KOSTA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다.

아쉽게도 모두가 참석을 하지는 못했지만 엘리캇 꿀돼지에서 식사를 하고,
그 옆 카페에서 빙수와 컵케익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왔다.

나랑 학교후배 S는, 우리 지역 멘토님이셨던 추권사님의 라이드를 받았다. 돌아오는 길 추권사님께서는 말씀하시기를 메릴랜드에 있는 빌립보 교회 청년부 수양회 강사로 가시게 됐는데 청년들에게 세 가지 질문으로 된 설문조사? 를 하셨단다. 그리고 그 질문들을 라이드를 받고 있던 나와 또 한명의 친구에게도 던지셨다.


1. 믿음이란 무엇인가?
2. 죄란 무엇인가?
3. 우리의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리고 난 어설프고 정리되지 않은 매우 주관적인 답변을 드렸다.
그 정리되지 않은 답변을 새삼 글로 정리한다는 것이 아이러니컬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ㅋ

1. 내게 있어 믿음은 팔자(fate)와도 같다. 아무리 도망치려고 발버둥을 치려고 해도, 그런 시도를 하기도 전에나를 굴복시키는 대상이 있다. 그리고 굳이 극단적으로 표현을 하자면, 나는 내가 믿는 하나님의 다른 조무래기 신들과 다름없는 한낱 신 (one of many gods)일지라도 나는 믿었을 거라고. 무교주의자들이 종교는 나약한 인간이 갖는거다 라는 말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랄까? 그래서 나는 신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해서 경외의 마음마저 든다고. 그렇지만 내가 이런 말을 감히 할 수 있는 것은, 미세하게나마 내가 믿고 있는 하나님의 진리와 authenticity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내게 있어 말씀과 성화는, 그 분이 진짜로 진짜다 라는 것을 변증해나가는 도구와 과정이기도 하다. 내가 저항할 수 없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초월적인 존재를 알아버린 것. 내게는 그것이 믿음이다. 

2. 그의 主 됨을 인정하지 않는 것. (첫번째 질문은 내 주관으로 답을 했는데 이 질문을 들었을 때는..  사전적으로 하마르티아 라는 단어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 혼났다 -_-) 물론 그의 주 되심이라는 표현이 내포하고 있는 뜻이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건 안다. 그것까지 포함해서.. 그리스도의 주 됨을 인정하지 않는 것.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것- 이라 그때는 대답했던 것 같다.

3. 사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했던 답변을 굳이 정리하자면 '하나님 나라의 맛보기'가 될 수 있겠다. 공동체를 통해(인해?) 사랑을 베풀며 그분의 뜻과 말씀에 순종하는 삶을 살아낼 때, 감정적인 수준을 초월한 정말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이 지극히 크고 깊고 진한 평화와 기쁨을 누리는 것 같다. 물론 어째서 그 맛보기를 해야하는가 - 를 대답해야지만 이 질문에 동문서답을 하지 않았다라는 자기만족이 왔겠지만 그건 패스.ㅋ

--

뒷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그저 즐겁기만 했던 시간들의 끝에 이런 신앙+철학적 질문이 날라올줄이야. 그렇지만 덕분에 오랜만에 본질적인 질문들을 자문해보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조금 더 제대로 된 답(?)을 준비하고자 하는 마음에 끄적여본다.


'hur cosmos' 카테고리의 다른 글

SlutWalk에 대한 개인적 견해  (0) 2011.08.18
자식이 하는 부모 생각  (0) 2011.08.02
군대가는 S군과...  (0) 2011.07.18
덧없는 것들  (0) 2011.07.15
칭찬과 욕  (0) 2011.07.13
,

군대가는 S군과...

from hur cosmos 2011. 7. 18. 12:17

나:
너 한국보내놓고 시간이 이리도 빨리 흐르다니...
S야, 더워서 고생 많겠지만 훈련 잘 받고!
건강히 다녀오고 덜 느끼, 더 늠름해지고 와 :) ㅎㅎ

S군:
고마워 나 잘 갔다올게 간사님은 덜 까칠, 부드러워지길 ^^
내적 치유도 꼭 성공하세요! 

나:
ㅋㅋㅋ그건 천성이라 포기하라네.
근데 하나님이 포기는 하되 자신을 버리는 연습을 좀 하라고 하심 (:


'hur cosmo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식이 하는 부모 생각  (0) 2011.08.02
포스트 코스타 모임.. 후에 있던 일.  (0) 2011.07.28
덧없는 것들  (0) 2011.07.15
칭찬과 욕  (0) 2011.07.13
또다른 패턴 하나를 발견하다  (0) 2011.06.09
,


:
XXXX
XX도 부르쥬아&엘리트가 싫어요?



XXXX;
요즘에 하는 생각은 엘리트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 
좋은 대학 나온 사람이고 좋은 대학은 비싸고
비싼 대학 나올려면 돈 많은 부모의 자식이여 하자나.
그럼 엘리트와 부르쥬아는 부자나 모녀관계라는 결론.

가장 대표적인 예: 조지 부쉬
Texas A & M 에 불합격한 부쉬가 
어떻게 Yale에는 합격을 헀을까???

아마 하고 싶은 질문이 왜 이민자들은 유학생들을 싫어하냐
인것 같은데...

서론이 길었는데 싫어하는 이유 2 개:

1. 성경적이면서 나의 가식적인 이유는 예수님이 가난한고 
낮은 자를 사랑하시고 부유하고 높은 자를 미워하셨고 내가 
좌파이기에 자본주의가 아닌 공산주의를 지지하기 때문.

2. 솔직한 나의 마음은 나도 저 사람들처럼 부모 잘 만나서 
호강하면서 돈 걱정 안하면서 살고 싶다는 질투/열등감과
왜 우리 부모님은 저 부모님들 처럼 능력/돈이 없을까? 라는 
불만에서 나오는 분노를 부르쥬아와 엘리트를 향한 미움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라고 나는 생각해.

1.5세와 이민자들은 고아야.
엄마에게 버림 받은 아이가 고아이드시 조국에게 버림받고
조국에서 얼마나 살기 힘들었으면 인종차별 당하면서도 
남의 나라에서 눈치보며 살아야 하는 고아.
유학생들은 이민자들 보고 영주권/시민권 소유자라고 
부러워할지 모르지만 그건 애 못나는 집에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지.

수진아,
XXX나 다른 친구들 만나면 그냥 이뻐해줘 ^^

p.s. XXXX은 水溱이가 유학생이건 부르쥬아건 
엘리트일찌라도 너무나도 많이 사랑한단다 ㅋ 




이 답변을 10cm가 부른 이소라의 바람이 불다를 들으며 
읽었더니 감수성이 확 올라가네 ^^

'hur cosmo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약, 꽃무늬, 쉬퐁  (0) 2011.03.09
I think, therefore I am  (2) 2011.02.14
최근에 만난 사람들을 통해 느낀 점 1.  (0) 2011.02.10
Steve's and Soo  (0) 2011.01.13
M에게 쓰는 편지  (0) 2011.01.06
,

Steve's and Soo

from hur cosmos 2011. 1. 13. 05:31

I saw Stephen A. and Stephen P. talking in the hallway while I needed to talk to Stephen P. 
After they were done with the conversation, they asked me "Do you need Steve?", pointing out each other almost spontaneously.

Confused for a nanosecond, but then I pointed out Stephen P. right away. 
And at that very moment, they said, answering to their own questions,

"Yes she definitely needs Steve."
"Oh yeah sure."

They were both Steve, having exact same spelling of Stephen.
So this is how I finally got to talk to Steve P. (I talk to Stephen A. almost everyday), after working three months in the firm.


"What was your name again?"

"Soo."

"What about your last name?"

"Hur. H-U-R.."

"Soo Hur."

"Well my full name is actually Soo Jin but people just call me Soo here"

"Soo Hur... That just sounds like what our clients might say... like... soo hur (sue her)..."

".....................Hahaha that was good."


And now I am waiting for Steve P. to reply back my e-mail.


'hur cosmo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질문의 의도를 간파당함  (0) 2011.02.11
최근에 만난 사람들을 통해 느낀 점 1.  (0) 2011.02.10
M에게 쓰는 편지  (0) 2011.01.06
2010년 결산  (0) 2010.12.30
가을편지  (2) 2010.11.05
,

최근에 듣게 된 말들

from hur cosmos 2010. 9. 14. 04:28


1.
지난 토요일 기도모임에서.. KBS 개강 2주째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는 감정적으로 고조되어있었다.

나는 이 모임없이는 살아나지 못했다 말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이곳에서의 이뤄지는 나눔과, 나의 토로를 가능케하는 환경을 사랑한다.
그러나 이 날 만큼은, 나의 생각이 잘 정리되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이 떨어지지 않고 그저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으며 울고만 있었다.

말 하기를 계속 거부하던 내게 누군가가
"(내가 섬기고있는) 애들 때문에 그러는거야?" 라고 묻는데
"수진자매는 본인 일때문에 그렇겠지요" 스러운 답을 대표간사님께서 해주셨다.
그 말에 나는 "히히 맞아요.. 전 애들 걱정은 별로 안되요. 맨날 제 일때문에 그렇죠 뭐" 라며
그 한 주 동안 나를 괴롭힌 나의 자존감과 우상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간사님께서 해주신 말의 정확한 표현이 떠오르면 좋으련만
언뜻 보면 나의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꾸짖는 걸로 들릴 수도 있던 한마디가
나라는 존재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증거로 느껴져서
순간 너무나도 큰 위로과 안정을 느낀 건 말할 것도 없다.


2.
지나가는 농담이었지만 어떤 사람에게
"수진 자매는 내적 치유가 필요한 것 같네요" 라는 말을 들었다.

이런 말을 [농담으로나마] 대놓고 듣는 건 처음이었던지라
0.01초정도 당황했지만 이내 수긍하는 말을 또한 농담 섞인 투로 답했다.

내가 가장 불쌍하고 상처받은 이인 줄 착각하던 사춘기는 일찍이 지나줘서 다행이지만
이후 언제부턴가 상처따위 초월해버렸다 착각하는 엄청난 오만이 드러서길 시작하고는
지금의 나를 형성해버린 듯 하다.

졸업으로 인해 인생의 한 획을 긋는 해였으니 더욱 그런 것일까
올 해는 그런 나의 '깨닫지 못했던 상처'들을 참으로 많이 상기당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고상하게 혼자 묵상하고 혼자 도를 닦으며 깨우쳤다기보다는
역시나 여러 관계와 대화 속에서 우연히 발견하고는 했다.
(물론 이후의 깊은 자기성찰의 시간의 덕이 없다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요즘도 계속해서 나의 일그러짐과 상처의 문제들을 대면하고 있는 듯 하다.
지난 주에 통동한 마태복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이
혈루증을 앓던 여인에게 예수님께서 하신 "Your faith has healed you" 인 것을 보아하니.

'hur cosmo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근의 dc  (0) 2010.09.29
2010 KBS 가을 수양회  (0) 2010.09.29
밸런스, 상처, 이기주의  (0) 2010.09.09
분주한 마음  (0) 2010.09.07
그것은 사실 짝사랑하는 소녀의 연애편지였다  (0) 2010.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