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기력한 아침

from hur cosmos 2011. 10. 27. 23:46
10월 26일 화요일

10:05 AM me: 하하
  그래..
10:06 AM 나 일하러 돌아가야겠어
  너무 힘들다 회사..ㅜ
 Stephanie: ㅜㅜ
  나도 오늘 실험실에서 울뻔해써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흑흑
10:07 AM me: 헉
 Stephanie: 넘도 힘내 ㅜㅜ
 me: 응 ㅠㅠㅠ
 Stephanie: ㅜㅜㅜㅜㅜ
 me: 굳세어라 직딩이여 ㅠㅠㅠ
 Stephanie: 웈...ㅜㅜ
  굳세어라 직딩이여 ㅜㅜ
  팟팅!!!!
 me: 빠이! 굳밤


---
라며 채팅을 끝냈지만.. 일이 너무 하기 싫고 무기력해서 다시 돌아와서 말을 걸었다.
---


10:15 AM me: 미혜님
  힘나는 말 한마디만
  부탁해요
10:16 AM Stephanie: 지금 일하면 미래의 배우자 연봉이 3천마넌 오를꺼야
 me: 그건 아닐 것 같아서 눙물이 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tephanie: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e: 내가 3천마넌 버는게 더 빠를 듯
 Stephanie: 빨리 세뇌시키고 일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래의 배우자한테 왤케 믿음이 없엌ㅋㅋㅋㅋㅋㅋㅋㅋ
  경쟁하지 말고 순순히 그렇다고 생각해
 me: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요 몇마디 대화로, 진짜로 힘을 어더 일을 좀 열심히 했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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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ke me up when october ends

from hur cosmos 2011. 10. 3. 12:18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던 주말을 마치고 잠자리에 드려고 누웠지만
피곤에 쩔어있어야 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잠이 오질 않는다. 
많은 일이 일어났다 라기보다는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왔다- 가 정확할 수 있겠다.

2박3일의 여정으로 다녀온 KBS 가을 수양회는
깊은 위로와 격려, 반갑고 즐거운 나눔들, 그리고 슬픈 소식..
이 고루 어루어진 귀한 시간이었다.

수양회 기간 동안 날씨가 너무 추워져서
집에 돌아오고 보니 내 방은 얼음장이 되어있고
이제 다시 정기적으로 전기장판을 켜야만 하는 계절이
10월과 함께 도래한 느낌이 든다.

다가오는 주말과 그 다음 주말은 연달아 out of town일 계획이 있다. 
조금 무리해서 스케쥴을 짜기는 했지만 기대가 되기도 하고
객기 부리는 것이 아닌가 돈을 너무 많이 쓰게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ㅎㅎ
여러 사람을 만나고 올 기대에 흥분도 되지만
나누게 될 대화들로 인하여 ignite될 오만가지 생각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벌써부터 불안.. 

많은 일이 일어날 이번 달을 생각하니...
그냥 11월이 빨리 와줬으면 하는 마음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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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여러 글들을 보며
깊이 공감만 하던 차에 저도 문득 끄적거리고 싶어졌어요.

물론 아직도 '나의 사랑 없음'에 괴로워하고는 있지만
저것을 향한 자각으로 올 상반기는 정말 심히도 앓았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나의 사랑 없음'을 자각하고 인정하는 것보다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구하지 않음'에 더 큰 자괴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문제를 인식했고, 그 문제의 원인도 인정을 했지만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 또한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고 싶지 않은 이 시덥지도 않은 고집은 
'죄성' 이라는 두 글자의 단어로 정리 해버려도 되는 것일까요???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을 구하는 척 해도 …
결국 나는 내 맘대로 살고싶은 어쩔 수 없는 죄인이구나 싶었습니다.

--

사랑은 관계적 용어이기때문에
우리가 관계에서 문제에 봉착하거나 관계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때
이 '사랑 없음'의 이슈가 도드라지게 보이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게다가 관계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상호 작용이잖아요.
(눈이라도 마주쳐야지~ 도 대상이 있다고 가능한 게 아니라 상호작용이 필요하듯)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하나님을 믿는 것 즉 신앙 생활은 관계이며
영혼을 섬기는 것도 결국엔 관계 맺음 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말씀의 권위는 여전히 건재하지만
그것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함은 역시 우리에게 있는 걸까요.
인간적인 관계조차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진리라 부르고 싶은) 옳은 소리을 나불거려도 소용 없더라고요. 호호.
이것이 포스트머더니즘의 위력인가.. 싶기도 하고요.

--

어찌 글을 쓰다보니 제가 말한 '관계'의 맥락이 섬기는 영혼들도 치중되버린 감이 있지만..
다른 관계에 관해서 고민하고 있는 것들은 아직 생각 정리가 덜 되서..ㅎㅎㅎㅎ

제 넋두리의 요점은,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사랑을 구할 수 있을까? 구하고 싶은 마음이 들까?  였습니다.


팀 블로그에 쓴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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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sooeau713?Redirect=Log&logNo=40009417560
에니어그램 관련해서 뭔 검색을 하다가... 
너무 깜짤 놀랄 만한 사실 하나를 알아냈다.

2004-5년쯤 잠시 네이버 블로그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만해도 네이버 블로그엔
블로거 본인이 아홉가지 성향 중 어디에 해당되는지
하나를 고르게 하는 기능(?)이 있었다.

근데 그게 지금 알고보니.. 그게 에니어그램을 도입했던 것!!!!
혹시 그거랑 관련해서 내가 옛날에 포스팅 한게 있지 않나 뒤져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있었다...ㅋㅋㅋㅋㅋ

근데 세상에, 6번은 아닌 것 같고 8번인 것 같다니 이런 무서운 소릴 하고 앉아있었네 =ㅁ=!
(물론 당시 네이버에서 제공한 거는, 각 유형의 특징을 세 가지 정도만 나열한 듯한 단순한 것이었다)
사실 내가 8번 성향이 꽤 있는 건 지금도 인정하는 바 이지만
나름(?) 정밀하게(???) 알아본 후, 내가 8번일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에 그러려니 하련다.

요 최근 몇달 사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에니어그램이었는데
나도 모르는 새 꽤 예전부터 접(?)하고 있었단 사실에 새삼 놀랐다.

하여튼 예전부터 심리테스트니 성격 유형 테스트니 하는 건
보이는대로 모조리 다 할 정도로 좋아했지. 알아줘야 해...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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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향에 대해 비공개  Heartplace 

2005/01/07 12:05  수정  삭제

복사http://blog.naver.com/sooeau713/40009417560

 

요요요 네이버 블로그에는

내 성향을 고르는게 있다.

 

꼼꼼한 노력가 / 친절한 도우미 / 열정적 야심가 

남다른 몽상가 / 현명한 연구자 / 신중한 현실파

명랑한 모험가 / 강력한 지도자 / 온화한 조정자

 

절대 저거만 보면 나는 나한테

해당되는게 보이질 않는다.

아니 그 아래 설명을 보면 그래도 맞는게 있지만

title이 마음에 안들어서(...)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듯

나도 성향테스트를 통해 하는데..

흠???? 강력한 지도자???????? 내가???????????

라는게 나의 결과를 향한 첫인상이였다.

 

설명을 읽어보면 그럴싸한것도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타이틀이 뭔가 거슬려...

 

원래 테스트라던가 할때

실제 본인의 모습과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의

경계선이 희미해져 가끔 혼란이 올때가 있어서

저 테스트를 몇번 해본 결과 딱 한번을

제외하고는 강력한 지도자가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중한 현실파보다는 강력한 지도자일거야...

둘다 아니더라도 신중한 현실파하고는 멀지 않으려나(...)

 

여하튼 즐거운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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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한국에 있는 대학 동창과 카카오톡을 잠시 했다.
아주 오랜만도 아니고, 뭐 한달여만에 잘 지내고 있냐는 질문에
"정말 특별히 업뎃해줄게 없다는게 이런거구나 싶어ㅋㅋㅋ"
라고 밖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이번 여름에는 특히나 내면적으로 크고 작은 일이 많이 일어났는데다가
매일 매일 경험하고 느끼는 것들은 꽤나 다이내믹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묵묵히 특별한 일 없이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는 외적인 것만 보고,
'그리스도'라는 맥락을 제외해버리려고 하니...
나는 이 친구와 나의 근황에 대해 얘기하는 것 조차 힘들게 되버렸다.

물론 얼굴 보고 이야기를 하면, 사람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 연예인 얘기
이런저런 '수다'는 많이 떨 수 있겠지만 말이다.

뭔가...
복음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간단한 소통조차 안되는 벼랑 끝으로 몰리는 느낌이 스쳤다.
때가 왔다 라는 엄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고...ㅎㅎ


사실 이 친구, 혹은 다른 여러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이런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 건 꽤나 예전이다.

진리는 양보하지 않되,
배타적으로 변해가는 내 모습은 경계해야 한다.
뒤늦게라도...........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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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weet reminder

from hur cosmos 2011. 8. 19. 06:37




현재 내 사무실 컴퓨터 배경화면은
올해 슼 jj에서 찍은 단체사진이다. 

바꿔놓은지 한달 가량이 지났는데 
바탕화면을 자주 바꾸지 않는 내게는 이 사진 또한
상당히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주지 않을까 싶다. 

일 하다 말고 이 사진을 보게 되면 굉장히 마음이 애뜻해지곤 한다.
그러다 한명 한명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고 이름도 불러보고.
모르는 이름보다 아는 이름이 더 많음에 혼자 뿌듯해도 하고.ㅎㅎ 

사람 얼굴보다는 책 상위의 물건들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음이 아쉽기도 하고
뒤에 서있는 형제 몇 명은 합성한 것 같은 위화감도 들지만
참 모두들 표정이 살아 있는 사진인 것 같다 :) 

오늘은 야근을 해야해서, 힘에 엑스트라로 더 필요한 하루인데
이 배경이 오늘은 특별히 더 내게 참 많은 에너지를 주고 있다. 

휴 그나저나 배경 아이콘 정리를 하고싶은데, 엄두가 나질 않네..
 


,

드디어 DC에서도 Slutwalk 시위가 개최되었다. 한국에서도 열렸을 정도이니 이젠 꽤나 세계적 규모로 뻗어나가고 있는 시위인데, 그냥 개인적인 여견만 조용히 지니고 있던 차, 대학교 친구 한명이 DC slutwalk에 다녀온 걸 보고는, 잠잠했던 그 생각들이 복물처럼 터져나왔다. 일단 이 시위, 요점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여자들의 옷 입을 권리 "나는 내가 입고싶은대로 옷을 입을 권리가 있어!" 혹은 "그럼 우리가 매일 아침 미래의 강간범들을 배려하고 고려하며 단정한 옷을 골라 입어야하나요?" 여기까지는 아무 태클 한마디 없이 넘어갈 수 있다. 이 말이 이슈가 되는 건 다름 아닌 남자들의 "우리한테 잘 보이기 위해 (우리를 꼬시기/유혹하기 위해) 입는거잖아?" 라는 의견이다. 이 부분은.. 정말 대꾸할 가치도 느껴지지 않는 대목이긴 하다. 성시경이 "여자가 없는 세상이었더라면 남자들은 농구따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말해줬 듯, 그래 어쩌면 여자들도 남자가 없는 세상에서는 지금 정도로 예쁘게 꾸미는 일은 없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남자가 없는 세상에선 살아본적이 없어 그 가정은 하기 힘들고...^^ 근데 여자들끼리는 꽤 많은 경우 자기만족 + 여자 눈을 의식하여 꾸미는 경우도 허다한데. 휴..

여튼 위의 파란색 부분을 드고 come on you are dressing like a slut, doesn't that mean you are seducing us to have a sex라고 (극단적인 경우는 rape라고까지) 해석해버리는 엄한 작자들이 존재한다는 건 결코 여자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렇지만 저런 망나니들이 실제로 존재하는게 이 세상이다. 보이는 것, 즉 시각적인 것의 절대적 노예가 되어버리는 건 형제들의 천성이자 본성인 현실이란 말이다. 이 시위의 시초가 된 캐나다 경찰의 한마디, "성폭행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여성은 매춘부 같은 야한 옷차림을 피해야 한다" 라는 것을 감정적으로만 받아들이기 전에 엄두해볼 문제가 있지 않냐는 것이다. (물론 여자의 입장으로 저런 경찰은 싸다귀를 한대 던져도 속시원하진 않겠지만)

나는 여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데에는 아무 의의가 없다. (이 얘기를 ㄱㄷㅇ간사님과 잠시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모든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것은 대게 너무 자연스럽고도 아름다운 것이라 나는 믿고싶다)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무시한 채 목소리만 높인다고 해결 될 것은 아무것도 없지 않을까. 내게는 이것이 서양문화가 가지고 온 왜곡된 feminism의 연장선이라고 느껴진다. 남/녀가 다른 특징들을 가지고 완전 다르게 만들어졌음에 대해 세상이 미친 듯이 무지한 것인가 싶어 한숨이 깊어진다.

정말 이 세상 여자들은 몰라도 너무 모른다. 물론 진짜 바보는 남자들이지만, 좀더 똑똑한 여자들이 안타깝게도 더 넓은 아량으로 저 불쌍한 남자들을 봐주진 못할 망정 서로가 딴 소리를 하고 앉아있는 것 같다. 


덧붙여 Slutwalk의 슬로건은 "No Means No" 라고 한다. 그렇지만 강간범들에게 No라고 말한들 무슨 소용이 있다고 저런 소릴 하지???? 라고 고민하던 차, 미국의 Slutwalk는 면식이 없는 (stranger) 강간범들을 향해서만 하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아! 성생활이 훨씬 더 개방적인 (라고 믿고싶..) 서양에서는 면식강간 또한 훨씬 더 흔할 수도 있겠다 가능성이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면식 강간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배우자/부부 강간에 가까운 것이라고 해야하나? 적절한 단어는 잘 모르겠지만 이미 꽤나 친밀한 남녀사이에서 일어나는 그런 강간말이지.) 하여튼 그렇다면, 아래의 포스터는 완전완전히 타당하고 makes sense하다.



요점은, 최소한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운동은 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처럼 느껴진 거다.
(1) 우리들의 복장은 굳이 남자를 꼬시기 위함이 아니다. 내가 뭘 입든 그 뜻을 왜곡하려 들지 말라.
(2) 제발 부탁이니 여자들이 하는 말을 내숭/튕김으로 여기지 말고 있는 그대로 좀 들어먹어라. 

앞으로 이 시위의 행방이 어떻게 될지 궁금은 하지만, 솔직히 그 끝은 뻔하다. 아니 끝이 없는게 뻔하다. 이 화두가 1,2년 뜨거운 감자였던 것도 아니고 내가 봤을 땐 고전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오래된 일이다. 단지 여성들이 직접 '운동'하기 시작한 것이 최근일 뿐. 여튼, 적어도 이 세상의 여자들이 현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언성 높이며 힘은 힘대로 빠지고, 여성운동을 했다는 생각에 자존감만 더 올라가되, 범죄율이 낮아지는 일은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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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아, 아빠는 세상에서 수진이를 가장 사랑한단다."
7년전에 마지막으로 아빠를 만났을 때 들은 이 한 마디가 그렇게 아플 수가 없었다.

"
수진아, 아빠는 세상에서 엄마를 가장 많이 사랑해. 미안하지만 수진이는 그 다음이야."
십여년 도 훨씬 전, 어쩌면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혹은 유치원 시절
우리 아빠는 분명히 저렇게 말했었기 때문이다.
2등에서 1등이 되었는데도 "전락"과 "상실"이라는 단어가 나를 지배했다.

어릴 적 대디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저 말이 전혀 섭섭하지 않았음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리고 더 커서 돌이켜보는 지금, 저것이 너무나도 옳은 소리였음을 확신한다.
아내를 대하는데에서도, 자식 앞에서 하는 말로써도.

이런 사소한 것을 기억하는 나 자신이 가끔은 정말로 측은해질 때가 있지만
더 기억해버리고, 조금 더 알아버리고, 깨달아버린 나 자신이
감당하고 수용해야 할 먹먹함 내지 책임이라 생각한다.

아래는 3년전에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을 읽고 내가 적어두었던 부분들.
그냥 문득문득 뒤적거려 찾아 읽곤 하는데, 더 손이 닿기 쉬운 이곳에도 남겨두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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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엄마라는 사람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먹을 걸 많이 싸 와서가 아니라, 고릿한 냄새가 밴 헐렁한 잠옷을 입고 아무렇게나 내 앞에 앉아 있어서가 아니라... ... 뭐랄까, 격의 없는 것, 자신이 나에 대해 가지는 사랑이 하늘로부터 받은 천부적 권리임을 굳게 믿는 자의 당당함 같은 것, 그러니까 한때 같은 몸이었던 두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어떤 끈이 팔 년의 세월? 그거 별거 아니야 하는 듯 우리를 뛰어넘고 있었다. 팔 년만에 만난 모녀는 그렇게 모텔에서 쥐포를 구워 먹었다.

p.44

 

이상하게도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이 왜 불행한지. 그건 대개 엄마가 불행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부부가 불화하는 집 아이들이 왜 불행한지도 어렴풋하게 느껴졌다. 그건 엄마가 불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아, 이 세상에서 엄마라는 종족의 힘은 얼마나 센지. 그리고 그렇게 힘이 센 종족이 얼마나 오래도록 제 힘이 얼마나 센지도 모른 채로 슬펐는지.

p. 57


어른들은 알까, 나도 한참 더 시간이 흐른 후 깨달은 것이긴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어른들의 눈치를 보며 살고 있는지를. 그냥 내가 나여도 되는 것, 그냥 내가 원하는 말을 하는 것, 그것이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비록 우습고 유치하고 비록 틀릴 수 있을지라도, 무슨 말이든 해도 비난받거나 처벌받거나 미움받지 않는다는 확신이 없을 때, 우리는 얼마나 우리를 잃고 갈팡질팡거리는지를.

p.227

 

그런데 혹시, 그러니까 어른이 되어도, 몸도 마음도 커다랗게 변하긴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결점을 가지고 그것을 드러내 보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인 거라면, 내가 어른들한테 했던 기대가 실은 완벽에 대한 요구였다면... ... 그렇다면 혹시, 나도 조금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어른 저 어른 흉보고 자라다가 막상 자기가 어른이 되면 그러니까, 외로워지는 걸까? 이제는 흉보고 탓할 사람도 없어져서?

p.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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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델라웨어와 DC의 나름 중간되는 엘리캇시티에서 
슼코 JJ 7/8지역 post-KOSTA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다.

아쉽게도 모두가 참석을 하지는 못했지만 엘리캇 꿀돼지에서 식사를 하고,
그 옆 카페에서 빙수와 컵케익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왔다.

나랑 학교후배 S는, 우리 지역 멘토님이셨던 추권사님의 라이드를 받았다. 돌아오는 길 추권사님께서는 말씀하시기를 메릴랜드에 있는 빌립보 교회 청년부 수양회 강사로 가시게 됐는데 청년들에게 세 가지 질문으로 된 설문조사? 를 하셨단다. 그리고 그 질문들을 라이드를 받고 있던 나와 또 한명의 친구에게도 던지셨다.


1. 믿음이란 무엇인가?
2. 죄란 무엇인가?
3. 우리의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리고 난 어설프고 정리되지 않은 매우 주관적인 답변을 드렸다.
그 정리되지 않은 답변을 새삼 글로 정리한다는 것이 아이러니컬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ㅋ

1. 내게 있어 믿음은 팔자(fate)와도 같다. 아무리 도망치려고 발버둥을 치려고 해도, 그런 시도를 하기도 전에나를 굴복시키는 대상이 있다. 그리고 굳이 극단적으로 표현을 하자면, 나는 내가 믿는 하나님의 다른 조무래기 신들과 다름없는 한낱 신 (one of many gods)일지라도 나는 믿었을 거라고. 무교주의자들이 종교는 나약한 인간이 갖는거다 라는 말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랄까? 그래서 나는 신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해서 경외의 마음마저 든다고. 그렇지만 내가 이런 말을 감히 할 수 있는 것은, 미세하게나마 내가 믿고 있는 하나님의 진리와 authenticity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내게 있어 말씀과 성화는, 그 분이 진짜로 진짜다 라는 것을 변증해나가는 도구와 과정이기도 하다. 내가 저항할 수 없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초월적인 존재를 알아버린 것. 내게는 그것이 믿음이다. 

2. 그의 主 됨을 인정하지 않는 것. (첫번째 질문은 내 주관으로 답을 했는데 이 질문을 들었을 때는..  사전적으로 하마르티아 라는 단어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 혼났다 -_-) 물론 그의 주 되심이라는 표현이 내포하고 있는 뜻이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건 안다. 그것까지 포함해서.. 그리스도의 주 됨을 인정하지 않는 것.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것- 이라 그때는 대답했던 것 같다.

3. 사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했던 답변을 굳이 정리하자면 '하나님 나라의 맛보기'가 될 수 있겠다. 공동체를 통해(인해?) 사랑을 베풀며 그분의 뜻과 말씀에 순종하는 삶을 살아낼 때, 감정적인 수준을 초월한 정말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이 지극히 크고 깊고 진한 평화와 기쁨을 누리는 것 같다. 물론 어째서 그 맛보기를 해야하는가 - 를 대답해야지만 이 질문에 동문서답을 하지 않았다라는 자기만족이 왔겠지만 그건 패스.ㅋ

--

뒷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그저 즐겁기만 했던 시간들의 끝에 이런 신앙+철학적 질문이 날라올줄이야. 그렇지만 덕분에 오랜만에 본질적인 질문들을 자문해보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조금 더 제대로 된 답(?)을 준비하고자 하는 마음에 끄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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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hur cosmos 2011. 7. 18. 12:17

나:
너 한국보내놓고 시간이 이리도 빨리 흐르다니...
S야, 더워서 고생 많겠지만 훈련 잘 받고!
건강히 다녀오고 덜 느끼, 더 늠름해지고 와 :) ㅎㅎ

S군:
고마워 나 잘 갔다올게 간사님은 덜 까칠, 부드러워지길 ^^
내적 치유도 꼭 성공하세요! 

나:
ㅋㅋㅋ그건 천성이라 포기하라네.
근데 하나님이 포기는 하되 자신을 버리는 연습을 좀 하라고 하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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