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한 토로

from careless whisper 2014. 2. 5. 01:47

지난 주말 케비에스 간코수양회가 있었다. 초반엔 준비도 뭐도 의욕없이 진행되던 우리 지역이지만, 어느새 일을 벌어지고 박차는 가해져서 여차여차 일이 굴러가는 걸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과 반가운 인사와 근황을 나누고, 어떤이에게는 당황스러운 소식을 듣기도, 어떤이에게는 반가운 소식을 듣기도 하고. 섬기는데에 있는 고민과 생각을 나누고, 우리의 선배 간사들의 이야기도 듣고 후배 학생들의 마음도 재확인하고.


그렇지만 내게는 그 무엇보다, 난생처음으로 그러나 꽤 오랜 시간 맘 속에만 끌어안고 있던 나의 생각을 기도로 토로할 수 있던 시간을 가진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괴로워하고 있던 어떤 나의 태도와 감정에 대한 기도를 했다.


당신이 어떻게 아냐고. 내 아무리 성경을 뒤져봐도 아니 뒤져보지 않더라도 이딴 감정을 느끼고 태도를 갖고 경험을 한 예수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하나님 당신은 더더욱 그렇다며.


집에 돌아오고 난 후, 수양회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남편과 나눴다. 그리고 내가 한 기도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이렇게 대답을 해주었다. 예수님은 경험을 해보아서가 아니라, 신이기때문에 아시는 거라고.


얕고 피상적인 공감을 받는 것도 주는 것도 지쳤다. 예수님이 인간이셨기때문에 우리의 고통을 다 아신다 하는 것이 내겐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은 시기를 지내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걸까, 당신이 나의 신이여서 감사하단 생각이 들었다. 참 오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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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시간과 계획과 공간과 감정이 하염없이 내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침범당할 수 있고 또한 그것이 당연해지는 것.


1.5

위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했다 상대방 입장이 이해가 갔을 때 비로서 나의 작음/모남/부족함/죄성을 폭로 당해 어쩔 수 없이 눈물 짓고 회개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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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street, dc

from hur cosmos 2013. 10. 10. 12:46





퇴근을 하고, 성경공부를 하는 캠퍼스에 홍보용 플라이어를 붙이러 가는 막간을 타 오랜만에 조지타운에 나가 바람을 쑀다. 질리도록 왔는데도 질리지가 않는 거리 M street. 전에 학교 캠퍼스에 살 땐 툭하면 나오곤 했던 이 거리이지만, 어느새 내게 '나들이' 마실 나와야하는 동네가 되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나 지금이나 내게 이곳은 참 기분 좋은 곳이다. 혼자 그렇게 가게들을 거닐고 아이쇼핑을 하고있는데.. 하늘이 참 예뻤고, 그 예쁜 하늘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이 많이 눈에 띄었다.


7년전 내가 처음 이곳 디씨에 발딛었을 무렵, 내가 이 도시와 사랑에 빠진 몇몇 순간들 (+풍경들)이 있는데, 그 무렵의 감정들을 아주, 매우, 생생히 상기시켜주는 광경과 가을 공기를 만났다. 성경공부에 아무도 나오지 않아서가 아니라, 남편이 아직 취직이 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나의 삶이 아직 안정이 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 열여덟살 무렵과 너무나도 똑같은 하늘에 괜시리 눈시울이 붉어졌다. 풍경은 그대로인데, 사실 그 사이사이를 보면 이 거리도 참 많은게 변했다. 내가 한 번 다녀 갈 때마다 가게 한둘이 닫혀있는 모습에 아쉬워하고 또 새로 열릴 가게 간판에 놀라고(진심!) 내가 이 거리를 걸으면서 생각나는 사람도 그새 참 많이 바꼈구나 뭐 그런 감상에 젖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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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Jasmine (2013)

from soul vibration 2013. 10. 2. 10:48




읽고싶은 책을 다 못읽고 보고싶은 영화를 다 못보는 삶 (이유는 건들지 말아주시라. 구차해지니까..ㅜㅜ)의 극치를 달리는 나 자신을 달래기 위해서 내가 택한 삶의 방식은 영화 밑 책에 관련된 무언가를 접하는 것이다 =_= 가령 영화/음악/책에 관련된 방송, 글, 평 등등.. 우디앨런은 그런 의미에서, 내가 가장 알고싶어하고도 내가 잘 모르는 인물중 하나였으리라. 최근 몇년동안 자꾸 신작을 쏟아내주시면서도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다른 매체를 통해 접하기만 했으니. 진작 내가 본 그의 작품은 고작 비키크리스티나발셀로나 정도?


여튼 그의 작품들을 아 언제보지 언제보지 하다가, 블루재스민에 대해 알게 되고나서는 극장에 달려가지 않을 수 없었다. 우연히 같은 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라디오에서 강추가 날라오고, 이동진 기자 블로그에서도 추천글이 올라오는데.. 요리 보고 저리 들어도 이거슨 느무 내 취향인 거다.그리고 나의 느낌은 보기조케 맞아떨어져따ㅋ (사실 나는 내 취향이 아닌 영화는 애초에 보지를 않아서, 특히나 극장에서 영화에 실패를 하는 경우는 손에 꼽힌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남편 A님께 내가 고작 한 말은 "오빠 우리는 정직하게 살자"라니 적용을 해도 한없이 잘못했지만.. 아 저런 극과 극을 경험하는 드라마는 정말 내겐 필요없다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평범하게 사는게 가장 힘든 거라고 하는 건가..ㅋㅋ 기존의 나의 삶, 혹은 내가 세워놓은 삶의 기준에 다시 도약하기 위한 발길질도 측은하기 그지없었다. 보는 내내 마음이 너무 아파서 혼났다. 나랑 0.01%도 삶의 집합 부분을 찾을 수 없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측은함을 어떻게 할 수 없더라. 근데 그게 묘하게 이상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나와 오버랩이 되서 너무 슬펐다.  나의 자존감을 어디다 의탁하냐에 따라, 그것이 무너져내렸을 때 대처하는 방법이 천차만별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 아니 대처하지 못하고 회복불능의 상태가 될 수도 있겠구나- 허허.


소위 야기되고 있는 케이트블란쳇의 신들린 연기는 매우 유쾌했다. 그리고 씁쓸했다. 아마 극장에서 횟수로 따져 나만큼 뿜은 사람이 없던 것 같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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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확장, 그 축복

from hur cosmos 2013. 9. 27. 23:41


이례(?)적으로, 양가 부모님이 모두 한국에 계심에도 불구하고 사정상 우리는 미국에서 식을 올리게 되었다. 식 전에는 나의 부모님이, 식과 신혼여행 후 며칠은 시부모님께서 신혼집에 머무시는 모양으로 대략 9월 한달은 부모님 밥 실컷 먹으며 지낼 수 있었다.


하필 식전 오신 우리 부모님께서는 빅데이를 위한 노동을 뛰시는 바람에 구경은 커녕 말그대로 뒷바라지만 하고 가셨다. 그나마 방문 초기에 동굴관광 한번과 등산 한번 모신 것으로 처음으로 버지니아 경험을 하셨다. 그이전에는 차 없고 면허없는 도시촌년 딸내미 방문하느냐 도시 관광만 주구장창 하셨었는데..ㅎㅎ


여하튼 이번에 내게 새로웠던 것은 역시나 시부모님하고 같은 집에서 보낸 며칠이었다. 신혼여행 다녀온 직후 바로 출근을 하는 바람에 집안일이라곤 거들지도 못했는데 (원래 잘 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식사 한끼를 해드리지 못하고 내내 어머님 밥만 축내는 밥보가 되었다 ㅜㅜ 뭐 내가 새내기 며느리로써 얼마나 제역할을 못했는지를 탓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단지 시부모님 and/or 남편과의 소통법을 보면서 우리 집과의 당연한 그 차이에 계속해서 놀라는 며칠을 보냈다는 것.


일단 그 식구는 사이가 좋다. 이렇게 말할 때 특별히 내가 우리 부모님과 사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시댁은 대화가 많다. 그리고 그곳에 남편이 끼어들 때.. 신앙 이야기, 신학 이야기, 교회 이야기가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은 정말 큰 문화적 충격이었다.


대형교회 장로님 집사님 정도면 원래 다 그러신가? 유명한 신앙서적 작가 이름들쯤은 줄줄 꿰뚫으며 실제로 여가 시간에 그걸 읽으시고?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 속한 교회나 공동체에서 이정도 집사권사장로님들은 많으실텐데 이러한 분들의 나의 '부모' scope에 들어왔다는게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남편이 부모한테 '무엇이 진짜 복음인지'에 관한 설교를 침튀어가며 매일매일 해댄 것도 그렇고. 물론 그런 모습을 처음 본 건 아니지만 그가 그러는 대상 중에는 부모님도 포함이 된다는 것이, 대견하기도 지겹기도 부럽기도 했다. 


그 연장선에서 내 눈시울을 붉게 한 것은, 시부모님께서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여러 말씀 후에 손잡고 둘러앉아 기도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었다. 어릴 적 나는 매일밤 친아버지의 기도와 함께 침상에 눕곤 했다. 그 어릴 적 기억과 경험이 얼마나 강력한지, 내가 굳이 부탁을 해주지 않는 이상 기도를 먼저 와서 해주지 않는 엄마에게서 상대적 실망을 느낀 적도 있었고, 심지어 현재의 남편에게도 이런 기도의 시간을 갖자고 먼저 제의를 했던 건 나였다. 여튼 친아버지를 제외하고는 내가 먼저 손을 내밀지 않는 이상은 그 누구도 먼저 이렇게 기도 하자 suggest를 해준 적이 없었는데, 마치 내가 이상으로 그리던 가정의 모습을 그 찰나에 경험하게 해주셨다. 어찌 보면 참 사소하고 작은 일이지만 나에게는 나의 향수를 자극하는 그런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아닌 부모님한테서 우리의 기준을 세상에 두지 말고 오직 하나님께 두며, 도움을 구하며 살라- 라고 하는 조언만큼 현실적으로 와닿고 실용적인 게 없던 것 같다. 부모님께서 그런 말씀을 해주시니 무게감이 달랐다.


굳이 차이를 나열하거나 대조하고싶은 생각은 없지만, 나의 부모님하고는 경험하지 못했을 몇몇 경험들을 통해, 확장된 가족을 통한 축복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터져나오는 감사와 함께. 다행히 이것이 나의 가정을 향한 비관을 키우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갈 바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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