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동안

from very moment 2011. 4. 11. 09:24



한 천 년 버틸 집을 지으려면 한 천 년 사는 나무를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은 천 년을 살지 못해도 집은 천 년을 살아야 한다며, 목수들은 천 년 살 나무로 천 년 살 집을 짓는다고 한다. 천 년 살 나무를 자를 때는 나무의 휘어짐을 따른다고 한다. 휘어짐을 무시하고 직선으로 자르면 나무는 천 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다고 한다. 누군가를 천 년 동안 사랑하려면 거의 휘어짐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가 그 사랑 안에서 살아 숨쉴 수 있도록 그의 굴곡을, 그의 비뚤어짐을, 그의 편협함을, 그의 사소한 상처와 분노와 아픔을 이해해야 한다.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어떤 방향을 향해 휘어졌는가. 나의 휘어짐을 당신은 받아들일 수 있는가. 우리의 휘어짐은 서로를 내치는가, 아니면 받쳐주는가. 우리는 사랑을 지을 수 있는가. 천 년 동안 지속될 사랑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당신과 나는.

19 AUGUST 천년동안
황경신 <생각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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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유일하게 보고 있는 미드인 One Tree Hill. 
내가 이 드라마를 처음 보기 시작한 게 고등학생 때 였는데
당시 고딩이였던 주인공들도 이제는 어느새 으엿한 성인이 되고
세 명의 여주인공들이 드디어 제다 시집에 갔다.

그르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자 캐릭 Brooke이 이번 시즌에 드디어 웨딩마치를 울렸다.




그녀의 결혼식날 아침, 브룩은 피앙세인 줄리안한테서 CD를 받는다. 
그 CD에는 "The Moment I Fell in Love With You" 라고 쓰여져있는데..



옆에서 보는 헤일리는 정말 그런 춤을 추고 있었는데 그가 네게 반했던거냐며 웃어넘긴다.

그건 브룩과 줄리안, 둘 만이 아는 즐거운 추억이다.



브룩은 고등학교 때 농구부 치어리더의 짱이였다. 

예쁘고, 인기많고, 돈도 있는 무진장 잘 나가는 그녀이지만..
성질머리 더럽고 히스테리 대박이고 엄청 감정적인 것 또한 브룩.

드라마가 여덟 시즌 진행되는 동안 참 많은 남자가 지나갔고
그녀의 인생도 스케일을 넓혀가 더더욱 파란만장해진 가운데,
줄리안은 남자는 역시, 브룩에게 최고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감 충만한 브룩 자신이
"I don't deserve him" 이라고 울며 속상해할 정도로
그를 존중하고 있는 모습이, 그런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이
나를 어찌나 뭉클하게 만들어버리던지.


이 노래를 유튜브에서 듣다가 어떤 사람이 자신은 자기 장례식에서 
이 노래가 틀어졌으면 좋겠다 라는 리플을 단 것을 봤다. 
괜시리 미소를 짓게 되는 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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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기자.
그 이름을 처음 듣게 된 것은 한참 성시경의 푸른밤을 듣던 2007,8년.

그후 세월이 약간 지나 나는 라디오를 다시 듣기 시작한지 반년이 되었고,
요즘에는 그를 유희열의 라디오천국과 그의 블로그를 통해 정기적으로 접하고 있다.

빨간 뿔테가 묘하게 어울리는 그의 인터뷰가
내가 사랑하는 잡지 PAPER에 실렸었단다.

그의 블로그에 올라온 그 인터뷰 기사를 읽는데..
묵상(?)하게끔 만드는 부분이 여럿 있었다.


- 초반 인터뷰를 잠시 복기하면, 본인이 행복한 사람은 아니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지금 본인이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고. 약간 상충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거예요. A라는 사람과 B라는 사람이 있어요. A는 행복한 일이 세 개 있고 나쁜 일이 일곱 가지 있는 사람, B는 행복한 일이 일곱 가지 있고 나쁜 일이 세 개 있는 사람이에요. 행복의 수로 따지면 B가 행복학 A는 불행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아니라는 거죠. 왜 그런가 하면 행복은 행복으로 느껴야 진정한 행복이 되는 거거든요. 행복의 수용도라고 해야 하나? 어떤 사람은 행복 유전자를 타고나는 거고, 어떤 사람은 행복 유전자를 못 타고나는 거라, 행복 유전자가 없으면 삼성 재벌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도 불행할 거예요. 저는 운은 굉장히 많이 타고났어요. 하지만 행복한 사람은 아니에요. 별로 안 좋은 거죠. 그만큼 운을 타고났으면 감사해서라도 행복해야 하는데 말이죠.


- 말씀 중에 '심하게 말하면'이란 식의 표현을 자주 사용하셔서 드리는 질문인데. 생각을 주로 '심한 쪽'으로 하시는 편인가요? (웃음)

아니요.(웃음) 제가 말을 방어적으로 해요. 그리고 저 자신에 대해서 아무렇지 않게 깔아뭉개면서 얘기하는 버릇이 있어요. 머리가 나빠서 손발이 고생한다는 식으로요. 이런 타입의 화법을 가진 사람의 특징을 굳이 얘기하자면, 남한테 싫은 소리 듣기 싫어한다는 거예요. 일종의 방어벽이죠. 내가 상처받지 않으려고 심리적으로 울타리를 만드는 거예요. 그런 성향을 타고난 것 같아요.


- 그의 글 쓰는 형식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저는 형식주의자인 측면이 있어요. 제가 자주 언급하는 말인데, 예이젠시테인이 '형식은 이데올리기의 벡터다' 라고 한 말이 있어요. 저는 거기에 공감을 하고요. 결국 예술을 예술이게 하는 건 형식이라고 생각해요. 

<페이퍼 3월호 인터뷰 중>
http://blog.naver.com/lifeisntcool/130106327634




모든 글쓴이가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 나이가 되면 다 그렇게 되는 것일까?
참 깊은 자기성찰을 오랫동안 거듭하며 깊은 내공을 쌓은 사람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본인의 여러 부분을 인정할 줄 아는 어른이라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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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이 시리고 골반이 쑤실 때까지 미친 듯이 걸었다.

오늘 스친 수많은 사람들 중 나같은 궁상이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나름 이것도 일탈이자 여행 아닌가 싶은 생각에
정말 여러가지 사색에 잠겨있다 온 것 같다.

아름다움은 함께 나눌 때 비로서 아름다움이 되는 것일까
아니면 혼자서 누린 아름다움도 퇴색되는 일 없이 계속 아름다운 것일까

작년 봄과는 또 다른 종류의 외로움이 사무친다.

게다가 이 풍경을 5년째 계속 봐오면서
나는 여기서 이렇게 그대로 있는데
나를 제외한 모든 이가 변하고 떠났다는 생각에
이소라 7집 Track 9이 생각났지만 아이팟에 안들어있고..


아름다운 것을 보며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은
순수하게 그 아름다움에 도취되서 라기보다는
그와 너무나도 대비되는 것들로 인한
상대적 감상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스친다.

라는 뻘 일기를 작년 요맘때 썼었는데
뻘이라 부르곤 있지만 여전히 동의가 되는 걸 보니 그렇게 뻘도 아닌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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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병을 앓으며

from soul vibration 2011. 3. 29. 02:40


오랜만에 심하게 앓아보는 월요병.
오전에는 일을 거의 하지 못하고 말 그대로 "앓았다"
안경을 끼지 못할 정도로 머리가 아프고 기분이 별로였는데
역시나 나를 위로해주고 있는 건 라디오이다.


아래 기성용/이청용 포스트에도 썼지만 축구 미디어 금식을 하면서
출구를 잃어버렸던 나의 덕심은 그 새 또다른 물을 만났다.

방송 첫회부터 열심히 봐오던 나는 가수다와 더불어
위대한 탄생을 보기 시작하고, 중요한 부분은 다 따라잡았다.

아침에 출근하고 포털사이트에 들어오면 맨 처음으로 보게 되는 것이
저 방송들의 기사와 리플, 베플, 베플후보들... 허허 

나는 가수다는 정말 나의 귀를 정화/호강 시켜주는 귀한 아이이고
위탄의 경우는 노래와 음악을 향한 사랑을 되짚게 되는 방송이다.
그래서 위탄만 보고나면 난 온종일 노래를 부르게 된다.
그러다 주변 몇몇 사람들과 조형우 앓이를 하며.. 결국 위탄 네이버카페 가입해버렸다.

안그래도 요즘 10cm 싸이 클럽에서 나름 활동을 열심히 하는데-
내가 원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활동이란 걸 해본 적이 없는 눈팅족인데 
라디오 갤러리에서도 고정닉을 박고 글을 종종 쓸 정도이니 할 말 다 했지.

여튼 라디오와 음악은 늘 나의 힘이 되주고는 했지만
요즘은 그 어느때보다도 나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여전히 오타쿠 유전자를 지닌 자 답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물론... 일은 좀 해야지. 아.. 시간이 너무 안간다... 



 → 어제 방송분에서 내 마음 속의 1위는 박정현이였지만
가장 여운이 많이 남고 또 들을수록 더 좋아진 건 바로 우리 엽디의 잊을게.



 


→ 위탄을 챙겨봐야겠다 결심하게 만들었던 희주씨의 봄날은 간다.
 


+ 이 포스트를 올리자마자 라디오에서 <봄날은 간다>가 흘러나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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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라고 부르고싶은 한 명이 이청용과 친구라는 얘기를 작년 여름에 들었었다.
뭐 거기다 특별히 태클을 걸 생각이 있던 건 아니지만
그냥 같은 반 친구도 아니고 "여전히 연락을 하는 꽤 친한 사이" 라는 말을
전적으로 믿었던 사람은.. 나 말고도 그닥 많지 않았으리라.

그런데 그 친구가 지난 주에 봄방학을 맞이하여 영국에 놀러갔나 싶더니
이청용 선수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박지성 선수와 밥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페북에서 하는거다.
이미 그것만으로 그 주변은 난리법석이 났는데..
이후 인증샷이 한 장도 아니고 여러장이 올라와서
그 친구 페북은 싸이 투맴급으로 난리가 나있다. 아직도 여전히..

우 청용, 좌 지성을 둔 인증샷 뿐만 아니라
코일아빠랑 찍은 투샷, 청용씨 방에서 책상에 다리 뻗으며 위닝하는 샷,
그리고 지성선수께서 손수 주신 티켓으로 볼튼-맨유전 관람한 후기..

그 와중에 또 하나의 사건은,
성경공부 하는 날에 이 사람 저 사람이랑 대화를 나누다가 축구 얘기가 나왔는데
거기서 알게 된 언니가............... 기성용 선수와 사촌사이라는 것이다.

옆에서 함께 애기를 듣던 후배 왈, 
순식간에 귀까지 빨개진 나 는 정말 너무 놀라 당황을 하여 말을 못잇고
그저 그 언니가 말 해주는 "Oh, he is such a sweet little kid" 스러운
칭찬의 연속을 그저 빨개진 얼굴로 듣고만 있었다.
(앗 그리고 그의 누나의 칭찬 또한 엄청나게)

근데 그 언니가 말해준 기성용 선수와 모 선수의 이야기가
언론에 비춰진 것 과는 너ㅡ무 달라서..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우리 성용씨.. 어쩌다가 일찐기식빵이 되버렸나요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뭐 난 그저 좋기만 했지만 ^*^

여튼 사순절을 맞이 하여 축구 경기/기사/웹툰/블로그를 끊은 나는
넘쳐흐르는 덕심은 출구를 잃어 또 여러 뻘질을 하며 지내고 있다.

그나마 유럽축구는 입문 단계였던지라 다른 금식보다는 쉬웠겠지만
한번 덕후는 평생 덕질을 하며 살아갈 팔자인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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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날 방송된 유희열의 라디오천국의 "이동진의 언제나 영화처럼"에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Breaking the Waves" 이야기를 오늘 아침에 들었다.

업무 하면서 듣느냐고 감독 이름을 잘 캐치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영화 내용에 대해 듣는 것 만으로도 머리속에 스물스물 떠오르는 존재가 있었고..
내가 풀 네임을 제대로 외우고 있던 감독은 아니었는데
어찌됐건 결론적으로는 내 속에 떠오르던 그 사람이 맞았었다.

라스폰트리에 하면 여러 의미로 악명높은 유명한 감독인데
내가 실제로 본 이 사람의 영화는 두개 정도 뿐이지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많이 접한 탓일까
이 사람의 영화가 나랑 생리적으로 잘 맞지 않은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 맥락에서는 박찬욱 감독 영화도 나에게 비슷한 인상을 남기곤 한다)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건 말할 것도 없지만
시놉시스 자체부터 한 인간의 치부와 연약함을 극대화 시키고 비극을 (극)악화 시키고 하는 부분이 
아직은 순수한 영혼(?)을 내포하고(?) 있는 내겐(?) 머리가 아픈 작품들이다.
물론 좋게 표현하면 그 통찰력과 보이지 않는 인간의 내면을 형상화 하는데에 천재적인 듯 하고
다르게 말하면 이동진 기자의 표현을 빌려 "쇼맨쉽"이 까득한 사람인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사람에게 자꾸 관심이 가는 건
역시 매니악한 지식욕구가 특출나게 많은 덕일지라..  다시 한번 덕후 인증-_-)/요.

여튼 오랜만에 생각나서 위키질을 하는데~ 
요 감독이 Melancholia 라는 새 영화를 제작중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영화의 위키 페이지를 읽다가 발견한 문장이 내게 너털웃음을 안겨줬음은..



- 출저 http://en.wikipedia.org/wiki/Melancholia_(2011_film)


응????
아 감독님, 해피엔딩의 기준은 주관적일 수 있죠 그렇죠
하지만 저는 잠시 비웃으러 갈게요.



PS.
뒤늦게 안티크라이스트가 국내 개봉된다는 기사가 최근에 떴다.
맥목적인 반-기독교인들이 제목에 이끌려 아무 정보도 없이 많이들 보러 가려나?
그 사람들의 반응이 매우 궁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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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 꽃무늬, 쉬퐁

from hur cosmos 2011. 3. 9. 14:00

너무 괴롭다.
꽃무늬 유행은 작년보다 올해가 더 한 듯 하고
쉬퐁을 향한 나의 사랑은 유행을 가리지 않는다.

오랜만에 쇼핑이 너무 하고싶어 가게를 한두군데 들렸것만
쇼핑을 한지 하도 오래 되서 하는 법을 까먹은 것 만 같다.
아니 단지 가게에 살만한 옷이 없던 것을 내 탓으로 돌리면 뭐하지만.

사실 오늘 퇴근길에 작약만 살 수 있었더라면
저렇게 쌩뚱맞은 곳에 욕구가 분출되지는 않았을텐데.
작약이 구하기 힘들면 가까운 시일 내에 프리지아라도 한줌 사와야지.

아쉬운 마음에 집에서 옷장을 뒤치적 거렸다.
4년전에 사놓고 한번도 입고 나간 적 없는 꽃무늬 원피스를 발견.
그렇지만 이제는 내게 그 위에 입을만한 카디건이 얼마전에 생겼다.
올해는 꼭 입고마리 다짐한다.^^
근데 맞춰 신을 신발이 없네...? 
아 이것이 그 유명한 여자들의 쇼핑패턴... (이걸 사면 저게 없다 x 무한반복)

봄이 오면 나도 천상 여자가 되나보다.

내 옷장엔 꽃무늬와 쉬퐁이,
내 눈 앞엔 작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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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아끼고 가까이 지내는 동생 한명이 있습니다.
3년째 함께 성경공부를 하고 있고 제자를 섬긴다는 것의 실천의 터가 되어주고 있는 친구에요.
그런데 그 아이가 최근에 아주 심각한 breakdown을 경험하고 있더군요.

묵상훈련 첫째치를 날려먹은 건 말할 것도 없고, 
본인 말로 의하면 육체적, 감정적,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고 하는데
정말로 그렇게 보였어요.
(가족 일, 연애 일, 본인 신앙생활.. 삶의 거의 모든 면모에서 현재 어려움을 겪고있어요)

그런 이야기를 저희 지역 KBS 간사/코디 모임에서 나누어주고 중보기도를 하는 동안 내내
저는 저 자신 생각 투성이였습니다.

'(내가 경험해온 breakdown의 기준으로) 저 아이가 생각보다 많이 연약하구나'
'어째서 나를 찾아주지 않았을까' 
'아무리 힘들어도 묵상훈련은 했음 좋겠는데.. 나도 제일 힘들떄 했었는데..' 등등

누군가를 찾을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던 것일 수 있겠지만
나를 잘 아는 친구이기에, 일부로 나따위는 찾지 않았겠다 라는 생각이 지배를 했습니다.
(저는 KBS에서 만난 후배들 사이에서는 소위 말하는 좀 '빡센 언니'로 통하거든요.
좀 strict하고... 뭐 여러 이유로)

실제로 함께 있던 모임 내내, 저는 그 아이를 쳐다볼 수도 없었고 
심지어 따듯한 말 한마디 건내주지 못하고 도망치듯 그애에게서 빠져나왔어요.

그리고는 정말 깊은 생각 끝에 도달한 결론은: 
'아아.. 내가 사랑할 수 있다고 자부하던 아이조차도 나의 힘으로는 사랑할 수 없구나'

그런 상황에 처한 친구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진 못하지만
그 친구 성격상, 강하게 푸쉬하기보다는 따듯한 위로의 말을 더 사랑으로 여기는 친구인데..
저라는 것은 마음 구석탱이에서 묵상훈련 운운하고 있으니 진ㄴㄴㄴㄴㄴ짜 글러먹은거죠. 


저는 어려서부터 일반적 외적 평판이 안좋았던 적이 거의 없습니다.
굳이 구분을 하자면 늘 잘 하고, 늘 예의바르고, 늘 칭찬 받는 그런 사람이었죠.
하지만 이상하게 집구석에만 들어가면 천하의 버릇없는 계집아이가 되곤 했습니다.
우리 엄마께서는 "너는 정이 많지만, 참 사랑이 없는 차가운 사람이다" 
라는 말을 탄심섞인 진심으로 건내신 적이 있어요.

가까운 사람한테만 유독 못난이가 되는 건 저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도 사랑을 하지 못하는데, 도대체 누굴 사랑하겠다 헛소리를 하는건지..

오래전부터 자각은 해왔지만, 저 issue가 유독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어요.
저의 "사랑 없음" 을 완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시기입니다.
내가 사랑이 없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안그래도 작은 그릇인데
이렇게 바닥이 훤히 드러날 정도로 박박 긁어내버리실 줄은 상상도 못했죠..

이 문제는 연애라는 것을 통해서는 더 영락없이 얄짤없이 명백ㅡ히 드러나줍니다.
아이쿠마..ㅜㅜㅜㅜ

'세계평화를 가져오지는 못할 망정 내 너 하나는 잘 섬길 수 있다' 라 자만하던 저의 오만이 드러나고.. 
나의 힘으로 할 수 있을거라 망각을 일삼던 저에게
시속 150km짜리 배구공이 뒷통수에 날라온 느낌이에요.
나를 버리지 않고서는 사랑의 흉내조차도 내기 힘들다는 것을 새삼 배우니.. 
글로 말고 몸으로 배우니 역시 힙드네요.

도대체 저의 lovelessness 라는 죄성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먹어야 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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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할 수 있다고 자부했던 사람에게 조차
사랑을 주지 못하는 나를 보며
의지해야할 존재를 의지하지 않고
내가 가진 힘으로 우쭐대며
망각을 일삼던 나의 어리석음에 좌절하고
나의 '사랑없음'을 철저히 드러내 바닥을 보이게 하는 이 모든 상황에


겸손히.... 는 구라고
억지로라도 백기를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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