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가 부족하다

from careless whisper 2015. 6. 30. 23:08

무엇을 해도 무엇을 하지 않아도 느끼는 깊이의 부족.

이 나이 처먹도록 나는 무엇을 해왔는가 라는 생각이 요즘 무척 많이 든다.

오랜만에 자아 성찰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될 기미가 보인다.


영성이든 커리어든 무언가 전문적인 것을 키워내고싶다.

있어보인다는 허세가 아니라 진짜 뭔가를 쌓고싶은데 뭘 하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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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변화

from careless whisper 2015. 6. 4. 23:20

"an irredeemable soul"

한동안 내 트위터 프로필이였던 위 문구.

꽤 오래 유지해놨던 것 같았는데 문득 쳐다보는데 서글퍼져서 그 뒤에

"only redeemed by JX" 라고 덧붙였다.


맨 처음 설정했을때도 후자 문구가 괄호 안에 있다는 감각으로는 있었지만

은혜보다 죄를 강조하는 비관주의(?)가 내 안에 이토록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나 라는

당황스러움이 내 안을 스친 덕에 바꿔버렸다.


변화라고 부르기에도 뭐한 미묘한 변화이지만 내 안엔 꽤 significant한 것처럼 느껴져서 기록해본다.


물론 그러고 난후 자꾸 엑소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민망해서 또 바꿔버렸지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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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느 투어회사 패키지로 여행을 떠났다. 부모님들은 패키치 스케줄대로 3박4일을 지내시고, 나와 피앙세 그리고 도련님은 며칠을 추가하고 거기다가 피앙세는 미국발로 합류를 해야했으니 하여튼 예약하기가 복잡한 여행이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울 엄마가 담당했지만 >_<-*


우리 팀을 안내해주시던 가이드 아주머니가 참 재미있고 센스있는 분이셨는데, 처음 인천에서 출발한 6명을 보며, 분명히 이 두 가정이 한 예약을 했는데.. 뭔가 서먹서먹해보이기는 하고.. 게다가 중간에 합류하는 인간이 있고... 도대체 두 집 관계가 어떻게 되냐 궁금해하셨는데, 피앙세가 조인한 순간 아 사돈사이구나 라고 알아맞히셨다. 상견례도 치루지 않은 예비 사돈이었으나 뻔한 추측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래도 대단하다 란 생각이 들었다ㅋ


여튼 그렇게 몸도 마음도 긴장되던 첫날을 보내고, 정식으로 상견례 식사자리를 갖기로 한 자유여행날을 맞이했다. 


낮에는 호텔 근처 우에노를 둘러보고, 간간히 드럭스토어와 할인점ㅋ에서 쇼핑을 하고, 나중에는 긴자도 한번 찍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일본 동경에 내 고향이 두곳 있다면 그중 하나는 단연 부모님들이 생계를 이어나가시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신 우에노인데, 어쩜 이리도 변한 것이 없을까 경이로웠다.


↓호텔 근처 할인점에서 본 우유와 달다구리들. 

 


아메요코, 그 재래 시장 안에서 팔리는 꼬치 과일의 가격, 전철 역 풍경, 나의 놀이터와 같던 우에노 경성역 앞 장난감 가게. 아 물론, 건물들이 바뀐 부분 또한 많았다. 우에노 경성역 옆에 낡은 극장가가 있었던 것 같은데 (거기서 난 종종 세일러문 극장판을 보았던 것 같다) 거기도 식당가로 바뀌었고.


↓고가도로 아래 위치한 시장 아메요코와 그 입구

  


Le Cafe Doutor이라는 곳에서 본 긴자4초메 사거리. 대각선에 미츠코시 백화점이 보인다. 

긴자 가기 전에 들른 할인점의 비닐봉지 들고 고가 백화점 들어가 X팔리다며 웃던 엄마.

(TJ Maxx, Marshall 봉지 들고 니만마커스 들어간 느낌이었으려나..)



여유롭게 흘러간 일정과는 달리 내 속은 사실 썩어 문들어질 정도로 화가 나있었는데 그것은 우리 엄마의 대책없음. 설 연휴 중이었던지라 호텔 바로 근처 동네에는 연 식당이 전혀 없었고, 격식을 차릴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럴싸한 식당을 찾는게 쉽지 않은 시기인데 엄마가 너무 태평해보이는 거다. 말이 태평이지 하나도 준비외어 있지 않아 마음이 조급해진 나.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왜 내가 조금 더 도와드리지 못했나 싶기도 하지만 이번 여행의 주도권을 엄마에게 다 맡긴지라, 돕지도 않으면서 혼자 불안해하고 역정내던 상황-_-; 


외출을 끝내고 저녁까지 시간이 남아 우리 모두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 사이 엄마께서는 또다시 우에노 시내로 다녀와 문 연 식당을 찾아나셨더라. 호텔이 우에노 바로 근처이기는 하나 전철도 역 하나는 가거나 걸어서 2,30분은 걸리는 거리였는데. 뒤늦게 죄송하고 감사한 맘을 부여안았다.


근데 너무 웃긴건 그 열었다는 식당이 내가 아는 곳이었다. 들어가본 적은 없는 것으로 기억하나 20년 전에도 존재했던 식당. 그도 그럴것이 그 식당이 있는 골목은... 여전히 여러 술집과 스낵바가 줄비한 저녁에 활기를 띄는 골목인데 그곳이 어린 애가 겁대가리 없이 혼자 이 가게 저 가게 (실상은 분포되어 있는 가족들의 일터)를 누비고 다녔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와서 보니 이 골목 삐끼들은 혼자 걸어댕기는 유~초딩 아이를 보며 뭔 생각이 들었을까 싶지만. 뭐.ㅋ 씁슬하지만 이것이 내가 그리고 우리 부모님이 살아올 수 밖에 없던 환경이고 이젠 추억이닊하.


이미 만 하루를 함께 보냈기에 새삼 상견례라고 불리우는 이 식탁이 조금 우스웠지만, 식 진행에 관해서는 당사자 둘에게 맡기자는 상투적이고 평화로운 결론을 맺으며 밤을 보냈다. 



↓사진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츠케다시가 많이 나와 배 터지게 먹었으나 인당 2000엔 조금 넘었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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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일본에 살던 시절, 일본을 방문하신 작은 아빠께서 선물을 사주시겠다며 장난감 가게에 가서는 딱 하나 아무거나 고르라셨다. 당시 내 안에서 붐이었던 "공주님의 리본"이라는 만화에 나오는 마법의 리본과 펜던트 목걸이를 최종 후보로 좁히고는, 아래 선전을 기억하며 리본을 선택했다. "변신"할 수 있을 기대에 부푼 채.


집에 오고나서 이 선전을 수백번을 따라해도 변신이 되지 않아서 무지 처운 기억이 난다. 내 딴에는 2D 만화가 아닌 실.제.인.물.이 나와서 분명히 변신을 했었기에 분명히 나도 변신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CG를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던 그녀의 논리. 지금와서 선전을 다시보니 컴퓨터그래핌 유의문구도 나와있지 않다.


(나에게 CG는 엄청 큰 장벽이었던 것이, 만화나 쇼나 방송이 끝난 후 나오는 협찬 문구나, 모든 자막은 투명 실에 묶인 글자들을 사람들이 일일이 당겨서 화면에서 움직이게 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상상도 했었다) 



↓ 광고에 속아서 산 마법의 리본



 또다른 후보였던 빨간색 돌맹이 팬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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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s the wedding season

from hur cosmos 2015. 5. 14. 05:24

바야흐로 결혼식 성수기가 왔다. 봄이 되기가 무섭게 매 주말마다 보이는 지인의 혹은 지인의 지인들의 결혼 사진들. 요 2,3년 사이 그런걸 접하는 것이 그닥 놀랍지 않은 나이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그렇게 주변의 결혼 소식을 더 접하면 접할수록 조금씩 또 들려오는 건 누군가의 파혼 소식이기도 하다. 


얼마전 지인이 결혼식을 몇 주 남기고 사정상 연기하게 되었다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원체 조심스러운 이슈인지라 이것이 연기인지 취소인지 당사자들에겐 물론 주변에도 섣불리 물을 수 없지만, 취소가 될 가능성 또한 있는 연기로들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이유야 어찌 됐든, 그 엄숙하고 거룩한 서약을 행하기 전에 상황에 떠밀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금 그분의 뜻을 헤아리고자 하고 있는 모든 분들의 용기와 힘든 마음에 박수와 격려를. 물론 결혼 생활이 결혼식 준비보다는 훨씬 훨씬 어려운 것이겠지만, 그 식까지 치루는 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이토록 순탄하지 않고는 하는구나 싶어 마음이 무겁다. 


그리고 다시한번 내가 서약하기 전에 느꼈던 두려움이 기억나고, 그들이 얼마나 깊이 고민을 했든 안했든, 나중에 그 약속이 깨졌든 안깨졌든 간에 그 순간 결혼 서약에 "예"라고 대답할 수 있던 모든 마음들을 향한 존경심을 얼마나 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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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의 영화 취향

from hur cosmos 2015. 4. 24. 06:10

올해초인가 작년말인가 한참 왓챠에 빠져서 우리 둘이 열심히 영화 성향을 분석하던 중에 나눈 대화.








해리포터 시리즈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데 3편이랑 7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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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3을 동경에서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살던 동네는 마포구 대흥동. 전화기는 안 방에 하나 거실에 하나가 설치되어 있었고 동시에 수화기를 들으면 대화를 엿들을 수 있는 (물론 수화기 넘어 인기적? 전자파 소리로 인해 완전 범죄는 불가능했겠지만) 장치가 가능하던 시절 이야기.


메모지에 적혀있는 번호로 일본에 국제전화를 걸었다. 오랜만에 아빠랑 통화하기 위해서. 연결음 끝에 전화를 받은 건 어떤 한국말을 하는 여자였다. 


나 "여보세요... 혹시 거기 일본 아닌가요?"

여자 "여기 하와인데요..."


뭐 이런 짧은 대화를 나누고는 잘못 걸었다며 사과하고 끊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시금 메모지에 적힌 번호로 조심히 국제전화를 걸으니 드디어 연결된 아빠. 아빠하고의 통화가 끝난 후 당시 함께 살고있던 외할머니께 나는 이런 식으로 말했던 것 같다. 


"처음에 전화를 잘못 걸었는데 세상에 하와이에 사는 한국 사람이 받았다? 너무 신기해 어떻게 또 우연히 한국사람이 또 받았을까?"


그 천진난만한 어린애의 말을 할머니는 어떻게 들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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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벌써 2월이라니

from hur cosmos 2015. 2. 3. 03:40

아니 이런 클리셰스런 말이 다 있던가. 벌써 새해의 한달이 자나갔다니.

근데 돌아보면, 늘 후반기에 비해서는 연초가 유독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끼는 것 같다.


지난 5주동안 친한 지인들의 약혼소식 두건과 한 건의 결혼식, 한 건의 비보와 두 번의 회사 은퇴파티가 있었다.


집에는 도련님이 한국에서 방문중이고, 1년반이라는 고달픈 시기를 지나 우리 남편은 드디어 출근을 시작했다.


여러 시작과 끝이 동반된 흥미로운 한 달이었다.


긴 연애에 끝같지도 않은 종지부를 찍고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돌아가지도 못하는 친구가 있다면

한 학기동안 숨겨왔던 연애사실을 커밍아웃하여 온갖 흥미로운 애정행각으로 나에게 재미를 안긴 애들도 있다.


---


++

그리고 2월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다른 결혼소식..! (거의)모쏠녀의 연애+결혼소식 콤보 이게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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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5 (定義) [정ː의]

    [명사]
    1. 어떤 말이나 사물의 뜻을 명백히 밝혀 규정함. 또는 그 뜻.
    2. <논리> 개념이 속하는 가장 가까운 유(類)를 들어 그것이 체계 가운데 차지하는 위치를 밝히고 다시 종...
    [유의어] 뜻매김,


얄팍하기 짝이 없는 퀴즈놀이나 심리테스트에서 부터 에니어그램, MBTI, 기질 테스트 등 심도있는 도구들에 이토록 관심이 가던 이유는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문득 떠오른 것 몇 가지.


어릴적 부터 나는 어떠어떠한 사람이다 라고 나 자신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싶었다. 시원하고 깔끔하게.

나 자신의 성격에 관해서도 그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의견에 관해서도 난 늘 입지와 의견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예나지금이나 나의 최대의 관심사가 "나"임에는 변함이 없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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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or fati

from survival diary 2014. 12. 11. 23:04
이번 주 말씀을 보며 내가 얼마나 기도를 하지 않았나를 새삼 상기당했다. 한 때는 전지전능한 신에게 내 맘속 싶은 소원을 들어달라며 울며 며칠 몇 달 몇명을 기도하는 일도 있었지만, 이제는 신이 내게 원하는 것을 주지 않을 전지전능함도 있음을 알기에 구하는 것을 멈추었다. 엄연히 내 상상과 계산을 능가하는 계획을 알아서 제 때에 펼치시겠지.

말씀을 보는데, 맥락을 무시 하지않고 보더라도 그냥 다짜고짜 구하라고 그럼 주실 거라고 하는 듯한 말씀이 너무 자주 나온다.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

당연히 언젠가는 주시겠지. 하며 내 딴에는 믿어왔다고 생각했는데. 궁극적인 믿음을 잘 실행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일이 지금 이 순간 현실이 될거라는 확신은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머리에선 제발 이루어졌으면.. 해피한 상상이 멈추질 않는다. 첫 월급은 몽땅 헌금에 바쳐도 아깝지 않겠다 라든가. 아냐 그건 막상 비현실적인 목표일지도 모르겠다 라든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나의 기도가 부족했던 걸까. 나의 믿음이 부족한 것일까.
삶의 한 순간순간이 나름 생존의 연속이였는데 나의 간절함이 부족했다고?

한 때는 모든 것을 하실 수 있는 하나님을
믿으며 기도를 했다. 이제는 모든 것을 주지 않을 하나님을 믿기에 기도를 하지 않는다. 어떤 말을 나열해도 핑계가 될 수 있겠지만 과연 내가 믿음이 없다고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예수 본인을 제외하고 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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